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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축구 독일월드컵 결산]③‘거품 지도자’

입력 | 2006-07-13 03:00:00


“감독에게도 등급이 있다. 거스 히딩크 감독이 명감독인 이유는 축구를 잘 알고 선수들에게 그것을 잘 전달해 주기 때문이다. 솔직히 우리나라는 프로팀 감독도 선수들을 어떻게 지도해야 하는지 잘 모른다. 그저 좋은 선수만 많이 확보하면 되는 줄 알고 있다. 한마디로 공부를 전혀 안 한다.”

○“왕년의 스타” 간판 하나면 평생 지휘봉

한 국가대표 출신 축구 관계자의 고백이다.

“한국 축구가 발전하려면 K리그를 개선해야 한다”는 딕 아드보카트 감독의 지적에 대해 전문가들은 전적으로 동의하며 양질의 지도자 육성을 최우선 과제로 꼽았다.

한 TV 해설자는 “솔직히 우리나라는 스타플레이어라는 ‘간판’ 하나로 감독이 되고 평생 감독을 한다. 스포츠 과학은 물론 세계 축구의 흐름에 대해 최소한의 지식도 없는 감독이 태반이다”고 말했다. 그러다 보니 과거 자신의 경험에 따라 선수들을 지도하는 구태를 반복하게 된다.

국내 프로팀 감독들이 공부하지 않는 이유는 스스로의 노력 부족도 있지만 이름값만으로 감독을 정하는 구단 탓도 있다. 대부분의 구단은 실력보다는 얼굴로 감독을 정하고 성적이 나쁘면 잘라 버리면 그만이라는 주먹구구식 구단 운영을 하고 있다.

○선진국형 지도자 양성 시스템 갖춰야

지도자들이 공부하게 만드는 방법은 무엇일까.

먼저 지도자 양성 시스템을 잘 만들어야 한다. 네덜란드에서 훌륭한 지도자가 많이 나오는 이유는 1∼3급으로 나뉜 지도자 자격증 시스템에서 1급을 따야만 프로팀을 맡을 수 있기 때문이다. 3급부터 1급까지 따려면 6년이 걸린다.

지도자 과정에는 운동생리학, 스포츠심리학, 영상분석, 전술학, 영양학 등이 포함돼 있고 3급은 지역클럽, 2급은 아마추어팀, 1급은 프로팀 코치로 1년씩 경험을 쌓아야 한다. 히딩크 감독은 물론이고 아드보카트, 핌 베어벡 감독이 모두 이 과정을 거쳤다.

대한축구협회도 최근에야 지도자 양성 시스템을 만들었지만 너무 허술해 공부량과 수료 기간 등을 더욱 엄격히 정해 선진국형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자격증이 없으면 절대 감독으로 뽑지 않는 풍토도 정착시켜야 한다. 스타플레이어 출신이라고 바로 코치 자리에 앉히고 시간이 되면 감독으로 승격시키는 ‘자동 승진 문화’를 빨리 없애야 한다.

대표팀의 한 선수는 히딩크 감독 시절 “계속 대표팀에 소집돼 있으면 좋겠다. 대표팀에 있으면 실력이 좋아지는 느낌이 드는데 소속팀으로 돌아가면 실력이 오히려 줄어드는 것 같다”고 고백한 적이 있다. 이영표(토트넘 홋스퍼)는 “좋은 선수를 육성하는 것보다 훌륭한 지도자를 육성하는 게 더 중요하다. 좋은 지도자가 훌륭한 선수를 많이 만들어 낼 것 아니냐”고 했다.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