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성균관대에서는 콩나물시루 같은 대학 강의실 풍경을 실감나게 보여주는 수백 개의 점토인형이 등장해 학생들로부터 폭발적인 호응을 얻었다.
이 미니어처 전시회는 총학생회가 주축이 된 ‘새로운 성대 만들기 운동본부’가 학교 측에 수업 환경 개선을 요구한 일종의 ‘시위’였다.
요란한 구호는 없었지만 학생들은 자신이 매일 부딪치고 있는 이 문제에 크게 공감했다. 전시회를 관람한 학생이 5000여 명을 넘었고 이 문제 제기에 동감하며 서명한 학생이 2500여 명이었다.
학교와의 관계도 ‘실용적’이다. 운동본부 학생들은 학사제도와 취업지원, 복지시설 개선과 관련해 학교와 상시적인 협의 통로를 만들어 매일 머리를 맞대고 있다.
성균관대 학생들의 시도는 지난 30년간 이념에서 실용으로, 정치·사회에서 학내·개인에 대한 관심으로 급변한 대학생들의 의식을 대변한다.
실제로 연세대 최평길 명예교수 연구팀이 지난 30년간 대학생들의 의식 흐름을 추적 조사한 결과 1987년과 1993년 대학생의 당면 과제는 반독재 민주주의와 부정부패 항거 등 정치적 운동이었으나 20여 년 만에 대학생들의 관심사는 ‘개인 문제’로 역전됐다.
이 같은 변화는 연구팀이 1977년, 1987년, 1993년, 2005년에 각각 전국 대학생 1500∼3000명을 대상으로 대학생활, 국내외 문제에 대한 인식, 학생운동에 대한 시각 등을 심층 면접한 결과 나타났다.
최 교수 연구팀의 조사 결과 과거에는 민주화 등 정치적, 이념적 이슈에 주로 매달렸지만 2005년에 학생운동을 관심사로 꼽은 대학생은 0.9%로 100명 중 1명꼴도 안 된다. 그 대신 전공학과 공부(34.5%) 취직(29.5%) 인간관계(26.2%) 등이 주요 관심사였다.
학생운동은 이제 공감의 대상도 아니다. 1987년에는 10명 중 8명 꼴로 학생운동에 ‘심정적 동의’를 보냈으나 2005년에는 3.5명꼴에 불과했다.
이에 반해 학생운동에 대해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비율은 1987년 13.5%, 1993년 5.7%에서 2005년 18.8%로 늘었다. 특히 P세대의 44.7%가 학생운동에 대해 ‘잘 모르겠다’고 답했다.
학내 문제에서도 ‘학생들의 의사결정 참여’ 같은 명분에 관한 문제보다 복지시설 개선과 장학금 수혜 확대 등 실질적 문제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
기부금 입학에 대해서도 계층 간 위화감 같은 도덕적 명분보다는 재정 확보 등 실용성에 무게를 두는 쪽으로 시각이 달라졌다.
1993년 조사에서는 49.6%가 기부금 입학에 반대했지만 P세대는 35.2%만 반대했다. 대학이 자율적으로 실시해야 한다는 의견은 1993년 21.9%에서 36%로 늘었다.
최 교수는 이 같은 조사 결과를 ‘P세대-대학생 진화론, 실용파 세대의 코드를 읽는다’란 책으로 곧 펴낸다. 30년간 한 연구팀이 일관되게 대학생 의식변화를 추적 조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임우선 기자 imsu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