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가 전국 불임클리닉 등이 생명윤리법 제정 이전부터 보관하고 있는 냉동배아 가운데 5년이 넘은 2만여 개를 폐기한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져 종교계 등의 반발이 예상된다.
복지부 관계자는 12일 “보관 기간이 5년이 넘은 냉동배아의 처리법에 대해 전문가들과 논의한 결과 폐기 이외에 다른 방법이 없다는 결론을 얻었다”면서 “냉동배아의 특성을 감안해 기존 폐기물과는 다른 처리 방식을 고안해 폐기 방침을 공식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1년 6개월간 끌어 온 냉동배아 폐기 문제가 일단락될 것으로 보인다.
2005년 1월 시행된 생명윤리법은 보관기간 5년이 지나면 냉동배아를 폐기해야 한다는 규정을 담고 있지만 법 시행 이전에 만들어진 냉동배아에 대해서도 이 규정을 소급해 적용할 것인지에 대해선 논란이 적지 않았다.
종교계와 일부 윤리학자들은 냉동배아를 생명체로 규정해야 한다며 대안을 마련하기전에 성급히 폐기하는 것을 반대하고 있다.
복지부는 냉동배아의 폐기가 적법한지에 대해 법제처에 유권 해석을 의뢰했으며 법제처는 5월 “폐기 가능하다”는 해석을 내렸다. 그러나 종교계 등의 반발 때문에 지금까지 폐기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냉동배아의 폐기를 미룰수록 불법 전용 등 부작용 우려가 커지고 있다”면서 “이 문제를 방치하는 것은 윤리적으로 옳지 않다는 의견이 많았다”고 말했다.
복지부는 냉동배아 동의권자(정자와 난자를 제공한 남녀)의 동의를 얻어 폐기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또 냉동배아를 일괄 폐기하기보다는 연차적으로 폐기하는 방식이 유력하다.
복지부는 이달 중 인공수정전문위원회를 열어 냉동배아 폐기 절차에 대해 논의한 뒤 국가생명윤리심의위원회를 열어 이 같은 방안을 최종 확정할 계획이다.
지난해 12월 31일 현재 전국 불임클리닉 등이 보관 중인 냉동배아는 모두 9만3921개다.
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냉동배아::
배아는 정자와 난자가 만나 만들어진 수정란이 세포분열을 시작한 이후부터 태아가 되기 직전까지의 상태다. 불임시술 등에 쓰이고 남은 배아는 냉동 상태로 보관된다. 냉동배아는 자궁에 제대로 착상되면 태아가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