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오후 1시경 경기 고양시 일산동구 지하철 3호선 정발산역 구내 지하 1층에 들어서자 흙탕물이 발목까지 차올랐다. 지하 2층으로 마치 폭포수처럼 계속 흘러 내려가는 흙탕물 때문에 철로는 깊숙이 잠겨 있었다.
오후 4시경까지 물이 흘러들어 다음 역인 마두역까지 철로가 침수됐다. 아침부터 운행이 중단된 지하철은 이날 밤늦게까지 움직이지 못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빗물은 이날 오전 8시경 정발산역 지하 1층과 인근 일산아람누리(문화공연장)를 연결하는 통로 공사의 마지막 지점에서 넘치기 시작했다. 시공사는 이달 초 길이 13m 통로의 마지막 지점인 식당 벽에 지름 30cm짜리 구멍 1개와 지름 5∼10cm짜리 구멍 서너 개를 뚫어 강도 등을 확인하는 작업을 하고 있었다.
10, 11일 고양시는 “수해가 우려되니 공사 현장을 철저히 확인하라”는 공문을 보냈으나 공사 현장과 연결되는 이 구멍은 그대로 뚫려 있었다. ‘안전 불감증’에 의한 인재가 시작되는 순간이었다.
12일 새벽 폭우가 쏟아지면서 지하 작업공간에 물이 차기 시작하자 시공사 측은 오전 6시부터 배수펌프를 가동했다.
그러나 뚫었던 역 구내의 구멍은 막지 않았고 뒤편의 정발산에서부터 밀려 내려온 빗물은 공사 현장 지하를 흙탕물로 가득 채웠다. 이 물은 정발산역에 뚫어 놓은 구멍을 통해 쏟아져 들어와 단 30여 분 만에 역을 침수시켰다.
시 관계자는 “구멍만 막아 두었어도 지하철이 침수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시공사 측은 “책임을 완전히 면할 수는 없으나 너무 많은 비가 기습적으로 쏟아진 것이 근본 원인”이라고 맞섰다.
오후 4시경 지하 1층의 물이 빠지자 ‘물폭탄’을 맞은 역 구내는 진짜 폭탄을 맞은 듯 자갈과 온갖 쓰레기로 아수라장이 되어 있었다.
물이 빠지자 소방관과 공무원 등 150여 명이 복구 작업을 시작했으나 전기 안전 등 점검 사항이 많아 완전 개통은 다소 늦어질 수도 있을 전망이다.
고양=이동영 기자 argus@donga.com
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