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자들의 공부 열풍이 한창이다. 경영대학원과 최고경영자 전문교육기관 주차장엔 내로라하는 회사의 경영자들이 타고 온 고급 승용차로 꽉 차곤 한다. 경영자들이 그 바쁜 와중에 스스로 ‘늦깎이 학생’이 돼서 이처럼 학습열을 올리는 이유는 뭘까.
한마디로 배워야 경영할 수 있다고 깨달았기 때문이다. 경영환경은 날로 복잡해지고 경쟁은 치열해지는데 경쟁기업들은 늘 새로운 경영기법으로 시장을 장악한다. 외환 위기 이후 글로벌 경쟁 환경에 완전 노출된 국내기업은 홈인 국내시장에서 조차 첨단 경영이론으로 무장한 외국기업들과 경쟁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배우지 않고는 배겨 내지 못하는 경영환경에 처해 있는 것이다.
또 다른 이유는 기업 경영이 날로 지식기반의 형태를 띠면서 지식이 곧 부의 원천임을 경영자 스스로 알았기 때문이다. 예컨대 협상을 배우고 나서 수백억∼수천억 원의 거래를 유리한 조건으로 성사시켰을 때 그동안 교육에 들인 시간과 비용은 너무 사소한 것이 되고 만다. 경영자들이 ‘배우는 게 돈 버는 것’이라는 사실을 온몸으로 실감하니 당연히 공부에 투자하게 된다.
다른 업종의 기업이나 경쟁 기업들은 어떤 것을 배우고 있는가에 대한 관심도 여러 분야의 기업인들이 모여 교육을 받는 최고경영자 교육기관에 발을 들여 놓은 계기가 된다.
어차피 교육기관에 가면 다른 업종이나 경쟁기업 경영자를 만나기 마련이고 활발하게 정보를 교환할 수 있다. 거기서 이런 저런 트렌드를 읽어 낼 수도 있다
이런 추세 때문에 경영자 교육기관은 ‘고급사교 집단’에서 ‘고급지식 충전소’로 진화되고 있다. 아직도 많은 경영자 교육과정이 경영자들 간 친목의 장이거나 사회적 네트워크 확장을 위한 사교장의 기능을 한다. 하지만 최근 들어 이런 성격이 많이 탈색되고 점차 ‘학교’다워지고 있다.
대표적인 교육과정이 ‘북 클럽’ 과정이다. 새로운 경영서적을 읽긴 읽어야 하겠는데 시간은 없는 경영자들을 위해 북 다이제스트 서비스를 하는 교육과정은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사교의 부담 없이 짧은 시간에 공부만 하고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시간에 쫓기는 대기업 최고경영자들이 이 과정을 선호한다.
현장에 바로 적용 가능한 실용적 교육에 대한 수요도 급증하고 있다. 협상, 조직 내 커뮤니케이션, 변화관리, 성장전략처럼 늘 기업이 고민하고 있는 문제를 조직적으로 교육시켜 주니 이런 곳에 경영자들이 몰릴 수 밖에 없다.
특정 주제를 다루는 교육들도 인기다. 정보기술(IT), 부동산, 노사관계, 병원경영처럼 특화된 주제에 경영자들이 눈길을 주고 있다
이 밖에 ‘비즈니스 윤활유’에 대한 교육도 인기를 끌고 있다. 전통문화, 골프, 와인, 스트레스관리, 이미지관리 등에도 경영자들이 높은 점수를 매기고 있다.
바야흐로 최고경영자들도 ‘배워야만 제대로 경영’ 할 수 있는 시대다.
최철규 세계경영연구원·IGM 협상스쿨 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