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무총리실 행정심판위원회는 최근 울산 태화루(太和樓·신라시대에 건립돼 임진왜란 때 소실) 복원 예정지에 주상복합아파트를 건립하는 문제와 관련해 H사가 제기한 ‘건축 불허 처분 취소 청구’를 부지 내에 자연녹지와 도로가 일부 남아 있다는 이유로 기각했다.
H사는 이에 불복해 법원에 정식 소송을 내려는 움직임이지만, 일단 태화루 옛터의 주상복합아파트 건립에 제동이 걸리면서 울산시가 올해부터 추진하려는 태화루 복원사업은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그러나 그동안의 과정을 지켜보면 ‘졸속과 무사안일 행정’의 전형을 보는 것 같아 씁쓸함을 지울 수 없다.
H사가 중구 로얄예식장 일대에 지상 35층 규모의 주상복합아파트 건축허가를 신청한 것은 지난해 9월. H사는 2004년부터 부지 매입에 나섰지만 시와 문화단체 어디에서도 ‘태화루 복원 예정지’라는 사실을 들어 문제를 제기한 적이 없었다. 문화재 보호구역으로 지정되지 않아 법적 하자도 없었다.
그러나 박맹우 울산시장이 태화루 복원 필요성을 언급하면서 상황은 180도 달라져 건축허가 신청 3개월 뒤 ‘불가’ 결정이 내려졌다. 2012년까지 412억 원을 투입해 태화루를 복원하겠다는 시의 사업계획도 이즈음 발표됐다.
태화루 복원을 놓고 그동안 지역 언론계와 시민들 사이에 찬반 양론이 팽팽했지만 시는 여론조사 한번 하지 않았다. 그러다 행정심판위원회의 기각 결정이 내려지자 9월부터 여론조사와 공청회를 하겠다고 부산을 떨고 있다.
사실 태화루 복원운동은 1990년 민간단체에 의해 처음으로 추진했다. 10억 원의 국비도 확보했고 땅 주인들도 동의했다.
그러나 당시 시 당국은 “태화루의 옛 위치가 명확하지 않다”며 1995년 12월 복원사업을 중단하고 이미 확보했던 예산은 다른 곳에 써 버렸다. 게다가 이곳을 준주거지역으로 바꿔 주상복합아파트가 건립될 수 있는 근거까지 제공했다.
정재락 기자 rak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