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들이 일본의 금리 인상을 앞두고 엔화 대출에 대해 특별관리에 나섰다.
일본 중앙은행인 일본은행이 14일 5년 반 만에 금리를 인상할 것이 확실시되면서 엔화 대출을 받은 중소기업이 환차손과 금리 상승 위험에 노출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13일 은행권에 따르면 외환은행은 최근 엔화 대출의 위험성을 고객에게 알리라는 내용의 공문을 각 지점에 보냈다. 신규 엔화 대출 고객에게 환율 변동의 위험을 알리고 환 위험 관리법을 조언해 주라는 내용이다.
기업은행은 이달 들어 10일까지 97억 원의 엔화 대출을 회수했다. 같은 기간 신규 대출액이 95억 원에 그쳐 올해 들어 처음으로 대출액이 회수액을 밑돌았다.
기업은행 측은 “회수액이 신규 취급액보다 많아진 것은 신규 대출을 자제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대출 자격을 전보다 까다롭게 해 신규 대출이 적게 나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올해 들어 내수업종에 대해 엔화 대출을 제한하고 있는 신한은행도 지난달 말 각 지점에 공문을 보내 환변동 위험 고지 등에 대한 의무를 준수하도록 지시했다.
이처럼 은행들이 엔화 신규 대출을 꺼리는 것은 일본의 금리 인상을 앞두고 엔화 대출 리스크가 커졌기 때문이다.
은행들은 일본이 14일 제로금리 정책에 마침표를 찍고 금리를 0.25%포인트 올리면 원-엔 환율 상승에 따른 환차손이 생겨 대출금을 못 갚는 사례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2003년 말 100엔당 1110원 수준이던 원-엔 환율은 2년 넘게 하락세를 보이다가 올 4월 805원 선까지 떨어졌다. 이후 반등세로 돌아서 최근엔 820∼860원을 등락하고 있다.
작년 초 원-엔 환율은 100엔당 1000원대 초반으로 당시 1억 원을 엔화로 빌렸으면 올 4월엔 환율 하락으로 약 2000만 원의 원금이 줄어든 셈이다. 그러나 4월 이후 엔화 대출을 받았다면 원-엔 환율 상승(원화가치 하락)으로 오히려 갚아야 할 원금이 늘어나게 된다.
환율 전문가들은 “앞으로 일본의 금리 인상이 단계적으로 이뤄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원-엔 환율이 더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김상훈 기자 sanh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