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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가정신 부족” vs “대기업 횡포때문”

입력 | 2006-07-14 03:08:00


삼성 현대자동차 SK LG 같은 경쟁력을 갖춘 대기업이 왜 요즘은 태어나지 못할까.

기존 대기업의 ‘독식(獨食)’으로 경영 토양이 척박했기 때문일까. 아니면 중소기업의 기업가 정신이 부족했기 때문일까.

국내 벤처업계의 대표적 주자 가운데 한 명인 변대규 휴맥스 사장과 ‘한국의 간판기업’ 삼성전자를 이끄는 윤종용 부회장의 진단은 대조적이었다.

13일 한국공학한림원이 서울 중구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에서 마련한 ‘최고경영자(CEO) 집담회(集談會)’ 자리에서였다.

변 사장이 포문을 먼저 열었다.

‘오늘의 중견기업, 미래 한국 경제의 주역이 될 것인가’라는 주제 발표에 나선 그가 말했다.

“대기업의 말단에 있는 양반도 중소기업 사장에게 시도 때도 없이 전화해서 ‘오라 가라’ 합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서로 윈-윈 할 수 있는 아이디어가 있어도 대기업은 ‘우리가 권력이 있으니 따라 오든지 말든지 알아서 하라’는 식으로 말합니다.”

대기업을 향한 변 사장의 불만과 항변은 계속됐다.

“1970년대 이후 350여만 개의 기업이 창업했지만 국제적 경쟁력을 갖춘 대기업으로 성장한 곳은 한 곳도 없습니다. 기업 성장에 물과 거름이 되는 인력과 자본을 대기업이 독식하고 있기 때문이죠.”

곧이어 윤 부회장이 마이크를 넘겨받았다. 이날 행사 진행을 맡은 추지석 전 효성 부회장은 변 사장에 대한 윤 부회장의 ‘코멘트’를 당부했다.

“허허. 사회 현상은 보는 관점에 따라 많이 다르지요. 변 사장의 이야기도 코끼리 등의 일부일 수 있습니다.”(윤 부회장)

윤 부회장은 나지막한 목소리로 기업가의 ‘헝그리 정신’을 강조했다.

“기업가는 열정 집념 도전정신으로 무장된 기업가 정신, 무언가를 캐내려는 호기심, 사람을 모으는 조직력을 갖춰야 합니다. 요즘 기업인들은 너무 쉽게 포기하는 것 아닙니까.”

이날 50회를 맞은 ‘CEO 집담회’에는 ‘벤처기업협회 1000억 클럽’ 회원들이 초청됐다. ‘중소기업 손님들’을 의식한 듯 윤 부회장은 ‘때 아닌 설전(舌戰)’을 스스로 진화하려는 기색이 역력했다.

그는 “올해 삼성전자 매출 80조 원의 60%인 50조 원이 원자재와 부품 값”이라며 “우리의 원가 품질 생산성의 80%는 협력업체들에 의해 결정되는 만큼 서로가 발전해야 한다”고 말했다.

1시간여 동안 대기업과 중소기업을 대표해 열띤 의견을 교환했던 변 사장과 윤 부회장. 두 기업인은 기업하고 싶은 사회적 분위기가 조속히 마련돼야 한다는 데는 의견을 같이하고 작별의 악수를 했다.

김재영 기자 jaykim@donga.com

김선미 기자 kimsunm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