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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설수설/정성희]뉴라이트학부모연합

입력 | 2006-07-14 03:08:00


3월 미국 매사추세츠 주 렉싱턴에 사는 위덜린 부부는 초등학교 2학년생인 아들이 집에 와서 하는 소리를 듣곤 깜짝 놀랐다. “남자와 남자가 결혼하다니 정말 재미있지 않아요?” 사연인즉, 교사가 아이들에게 ‘왕과 왕’이라는 동화책을 읽어 준 것이다. 한 왕자가 어떤 공주와의 정략결혼을 강요받다가 공주의 남자 형제인 왕자와 사랑에 빠져 행복한 결혼을 했다는 내용이다. 부부는 학부모단체에 문제를 던졌다. 아직 판단력이 부족한 어린아이들에게 동성애를 가르칠 수 있느냐고.

▷이 단체가 미국에서 전국적으로 유명한 학부모단체인 ‘학부모권리연합(Parents Rights Coalition)’이다. PRC는 곧장 초등학교에서의 동성애 교육 프로그램에 대한 이슈를 제기하고 주정부의 관련 예산을 깎는 운동에 들어갔다. 학부모는 아이들의 대리자로서, 납세자로서, 교육 수요자로서 학교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에 대해 알 권리가 있다고 주장한 PRC는 교원노조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1996년 ‘학부모 권리법(Parents Right Bill)’ 제정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

▷우리나라 학부모들은 교육에 대한 유별난 관심에도 불구하고 학부모의 권리를 제대로 누리지 못하고 있다. 최근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소속의 한 교사가 학생들에게 국기에 대한 경례를 거부하라며 “민족끼리 총을 겨누는 군대에 가면 안 된다”고 말했다. 학부모들은 마땅히 문제를 제기할 곳을 찾지 못해 언론에 제보하는 데 그쳤다. 교사 앞에만 서면 한없이 작아지는 ‘아이 맡긴 죄인(罪人)’ 처지다.

▷전교조의 폐해(弊害)를 보다 못한 학부모들이 마침내 일을 냈다. 전교조의 편향성(偏向性)과 통제 위주의 교육정책을 더는 참지 않겠다는 학부모들이 13일 발기인대회를 열고 뉴라이트학부모연합을 출범시킨 것이다. 교사와 학부모는 교육의 두 바퀴다. 그간 한쪽 바퀴로 위태롭게 굴러가던 교육이 이 학부모연합의 노력으로 균형을 잡고 아이들에게 희망을 주기를 기대한다. 그러자면 더 많은 학부모들의 행동이 필요할 터이다.

정성희 논설위원 shch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