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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이승헌]실업률 증가가 하늘 탓? 월드컵 탓?

입력 | 2006-07-14 03:08:00


“비가 많이 와서 고용사정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지난달 취업자 수 증가율이 1.1%(전년 동기 대비)로 올해 들어 가장 낮다는 통계청의 조사결과가 나온 12일 재정경제부가 낸 참고자료에 포함된 내용이다.

재경부는 기상 상태와 건설업 취업자 수 감소를 고용사정이 나빠진 원인으로 꼽았다. 통계 조사기간인 6월 11∼17일에 강수량이 많아 고용통계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다.

수원 대전 광주 마산 등의 강수량도 ‘친절하게’ 소개했다. 재경부 관계자는 “비가 많이 와 건설공사 등이 중단돼 일용직을 중심으로 취업자 수가 줄어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조사 기간 내내 비가 내린 것은 아니었다.

기상청에 따르면 수원은 6월 14일에 77mm가 내렸고 나머지 기간에는 하루 평균 1.5∼3mm가 내렸다. 대전은 14일에 47.5mm가 내렸을 뿐 15일 0.5mm, 나머지 날은 아예 비가 오지 않았다.

수원에서 아파트를 짓는 한 건설업체 관계자는 “하루 비 좀 왔다고 공사 안 하는 건 아니고 게다가 10mm 이하면 별 영향이 없다”며 “집값 잡는다며 건설 부동산 경기 다 죽여 놓은 정부가 이제 와서 무슨 ‘하늘 타령’이냐”고 꼬집었다.

이뿐만 아니었다. 재경부는 한술 더 떠 청년실업률이 지난해 6월보다 0.2%포인트 높아져 8.0%가 된 이유를 독일 월드컵 탓으로 돌렸다.

“월드컵, 특히 한국-토고전(6월 13일)이 열려 젊은 무급 가족종사자와 일용직을 중심으로 거리응원에 나선 것에 영향을 받은 것으로 추정된다”는 것. 하지만 이번 월드컵 거리응원은 대부분 일이 끝난 밤에 열렸다.

“거리응원 나온 사람들의 직업을 어떻게 아느냐”고 묻자 재경부 측은 “그래서 자료에 ‘추정’이라고 쓴 것”이라고 말했다.

진동수 재경부 제2차관은 13일 정례브리핑에서 6월 고용동향을 설명하면서 이런 자료를 그대로 읽었다.

활짝 피어 보지도 못하고 꺾여 가는 경기를 되살리기 위해 적잖은 공무원이 밤늦게까지 고심하리라 믿는다. 하지만 현장도 제대로 모르는 ‘탁상머리 행정’으로는 해법이 나올 리 없다. ‘경제 수장(首長) 부처’라는 재경부가 좀 더 설득력 있는 논리로 상황을 진단하고 해법을 내놓았으면 좋겠다.

이승헌 경제부 dd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