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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홍보비 펑펑 쓰는 정부, FTA 홍보는 내팽개쳤나

입력 | 2006-07-14 03:08:00


어제와 그제 서울 등 여러 도시에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반대하는 시위가 동시다발적으로 있었다. 한미 FTA 반대세력은 인터넷 등을 통해서도 조직적으로 FTA의 부정적인 면을 과장해서 부각하고 사실이 아닌 주장까지 되풀이하고 있다. ‘한미 FTA가 체결되면 감기약 처방만 받는 데도 10만 원이 든다’는 등 허무맹랑한 ‘FTA 괴담’까지 퍼지고 있다. 사태가 이 지경에 이르기까지 정부는 도대체 뭘 했는가.

노무현 대통령은 “국정은 잘 되는데 홍보가 잘 안 된다”며 그동안 정부의 홍보역량 강화를 진두지휘하다시피 했다. 이에 따라 각 부처의 홍보시스템이 전면 개편되고, 정책홍보를 위한 예산과 담당 공무원이 대폭 늘었다. 심지어 정부 안에 ‘유사(類似)언론매체’까지 만들었다. 이처럼 국정홍보에 매진해 온 정부가 정작 노 대통령의 임기 후반 최우선 정책과제 중 하나라는 한미 FTA에 관해서는 홍보를 어떻게 했기에 TV방송까지 반(反)FTA 주장으로 넘쳐 나는가. 국민의 90%가 한미 FTA에 대해 내용을 잘 모른다는 상황이다.

정부가 2004년 중반부터 한미 FTA를 준비해 왔다면 그것이 왜 우리에게 필요한지 치밀하고 체계적으로 홍보했어야 했다. FTA는 상대국과의 협상보다 국내 이해(利害) 당사자들을 설득하는 일이 더 힘든 측면이 있다. 한-칠레 FTA의 경험을 통해서도 이를 절감했을 정부가 한미 FTA를 추진할 의사가 분명함에도 홍보는 이 정도밖에 못 하는가.

FTA의 긍정적 효과를 산업별 분야별로 구체적으로 제시하지 않고 추상적으로 나열해 온 점, 두 차례의 공청회조차 제대로 열지 못하는 등 공론화 절차를 소홀히 한 점부터 문제였다. 정부는 한미 FTA가 발효됐을 때 한국의 국제경제적 지위가 어떻게 격상되고, 대(對)중국 경제관계에서도 어떤 유리한 국면을 조성할 수 있는지 등도 제대로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

노 대통령이 10일 국민 설득과 여론 수렴을 위한 ‘국내팀’을 만들게 하고 총리가 13일 관련 장관들을 질책한 것은 ‘원님 행차 지나간 뒤에 나팔 부는’ 격이다. 국가와 국민의 운명을 결정할 대사(大事)를 이렇게 허술하게 준비하는 정부에 무엇을 기대할 수 있겠는가. 지금이라도 대통령부터 직접 나설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