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웰 벨 한미연합사령관 겸 주한미군사령관이 13일 국회 귀빈식당에서 열린 국회 안보포럼 초청 강연에 참석해 ‘북한 군사력의 실체와 한미관계의 현주소’란 주제로 강연을 하고 있다. 김경제 기자
버웰 벨 주한미군사령관은 13일 “북한의 미사일 위협에 대비해 (한반도에) 탄도 미사일 방어(MD)체제를 구축하는 방안을 신중히 논의하는 것이 합당하다”고 밝혔다.
주한미군사령관이 MD체제 구축의 당위성을 역설한 것은 이례적이어서 군 안팎에서 최근 북한 미사일 사태를 계기로 미국의 MD체제 참여 요청이 본격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이날 벨 사령관은 국회안보포럼 주최로 국회에서 열린 조찬 강연회에 참석해 “북한은 노동과 스커드 미사일을 800기 이상 보유 중이며 이는 남한을 겨냥한 것”이라며 “미사일 방어 능력을 구축하기 위한 투자가 필요하다는 점을 (한미) 양국 정부에 건의하고 싶다”고 말했다.
또 그는 “북한이 대포동2호 발사는 실패했지만 6발의 스커드와 노동은 성공했고 정확했으며 야간 발사도 전례가 없는 일”이라며 “이번 사태를 통해 한미동맹의 존재 이유를 파악하고 올바른 시각을 갖게 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한국군의 전시작전통제권 환수 문제와 관련해 그는 “최종 결정이 나지 않았지만 한미가 독자적인 사령부(independent wartime command)를 구성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며 “한국 정부가 독자적인 작전권을 보유하고 미국이 지원 역할을 수행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한국군이 전시작전권을 환수할 경우 1978년 창설된 한미연합사령부는 해체되고 ‘한국군 총괄지휘사령부’와 ‘미군 총괄지휘사령부’가 각각 창설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한미 군 당국은 한미연합사라는 단일 지휘구조를 갖고 있지만 5년 뒤 한국군이 전시 및 평시 작전권을 모두 갖게 되면 한미연합사 체제를 없애고 각기 독립된 사령부로 분리하는 것이 효율적이라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군내에선 한국군 총괄지휘사령부는 합동참모본부 예하에 편성되고 미군 총괄지휘사령부는 주한미군사령부가 맡아 전시·평시에 독자적인 지휘권을 행사하되 위기 및 전시에 협력을 원활히 하기 위한 조정 협의기구가 편성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지휘권 병립체제는 현행 미일 안전보장체제와 매우 흡사하다”며 “단일 지휘체제보다 연합작전의 효율성이 떨어질 수 있고 유사시 미 증원군을 한반도에 신속히 전개하는 데 제약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윤상호 기자 ysh100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