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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이제 ‘전쟁할 수 없는 나라’가 아니다

입력 | 2006-07-14 03:08:00


《2010년 11월 초. 북한 강원도 깃대령 기지에서 사거리 1000km인 신형 스커드 미사일 2발이 발사된다. 이미 미국과 공조해 미사일방어(MD)망을 가동하던 일본은 즉각 그 미사일이 일본 열도로 향하고 있음을 알게 된다. 몇 초 뒤 일본은 미사일의 목표지로 추정되는 시마네(島根) 현 인근 주민들에게 소개령을 내리는 한편 동해에 배치된 이지스함에서 요격미사일인 스탠더드3를 발사한다. 일본은 이어 토마호크 미사일 여러 발을 깃대령 기지로 쏜다…. 5일 북한의 미사일 시험발사 이후 일본 고위 관료들이 거론한 ‘적국 기지 공격론’에 따라 구성해 본 가상 시나리오다.》

일본은 북한의 위협이 있을 때마다 이를 빌미로 전력을 강화해 왔다. 이미 일본의 군사력은 장비나 예산 면에서는 서방세계에서도 손꼽히는 수준이다. 일각에서는 자위대가 장교 중심으로 구성돼 손발이 없는 데다 실전경험이 없다는 점을 들어 ‘당나라 군대에 불과하다’는 부정적인 평가도 나온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세계 2위의 경제력과 첨단 기술, 나아가 핵개발 능력까지 감안하면 일본의 전력은 세계에서 서너 손가락 안에 꼽힌다고 평한다.

▽‘방위만을 위해’ 세계 최첨단 무기로 무장=일본은 1946년 평화헌법을 도입한 이래 ‘오로지 방위에만 전념한다’는 뜻의 ‘전수방위(專守防衛)’ 및 ‘비군사대국화’, ‘비핵 3원칙’을 전후 방위정책의 기본 원칙으로 삼아 왔다.

그럼에도 1954년 발족한 자위대의 군사력은 서방 최고의 수준이라는 평을 받고 있다. 일본이 요즘 생산하는 신형 전차와 장갑차는 대당 가격이 9억 엔(약 77억 원)을 호가하는 최첨단 무기다. 헬기도 공격용 아파치 헬기 89대를 포함하면 490대에 이른다.

해상자위대는 미국에 이어 세계 두 번째로 많은 이지스함 4척을 보유하고 있으며 앞으로 4척을 더 도입할 예정이다. 1척에 1조 원을 호가한다는 이지스함은 일본 해상자위대 간부의 말에 따르면 “격침시키려면 전투기 50대가 한꺼번에 달려들어야 한다”는 무적의 전함.

이 밖에 해상자위대가 99대를 보유한 대잠수함 공격형 초계기 P-3C는 공대지 미사일 발사 능력을 갖추고 있다. 항공자위대는 F-15J 전투기만 200여 대를 보유해 미국에 이어 2위의 보유대수를 자랑한다.

▽풀리는 자위대의 족쇄들=자위대가 ‘자위(自衛)’만을 위해 존재하는 시대는 끝나고 있다. 자위대를 묶고 있던 족쇄들이 하나하나 풀리고 있는 것.

일본은 그동안 북한의 위협을 내세워 전쟁 대비법인 ‘유사(有事) 3법’을 만든 데 이어 육해공 3자위대의 통합 운영, 미사일방어(MD) 시스템 구축을 통해 군사력 증강을 꾀해 왔다. 무기수출 3원칙도 일부 해제했고 유엔평화유지활동(PKO)의 명목 아래 자위대의 해외 파견도 확대해 왔다. 자위대를 언제 어느 때나 해외에 파병할 수 있는 ‘항구법’ 제정도 검토 중이다.

6월 9일에는 보수파의 숙원인 방위청의 성(省) 승격법안이 국회에 제출됐다. 내각부 외청으로 돼 있는 방위청을 독립시켜 성으로 하고, 방위청 장관을 방위상으로 한다는 내용. 정부와 여당은 가을 임시국회에서 관련 법안을 반드시 통과시키겠다는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이 경우 평화헌법 개정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집권 자민당은 2005년 ‘자위군’ 보유를 명문화한 헌법개정안 초안을 발표한 바 있다. ▽일본의 재무장에 날개 달아주는 북한=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기화로 일본은 군비 증강에 힘을 쏟을 태세다.

당장 2008년 3월 말로 예정됐던 MD 시스템 지대공유도탄 패트리엇 미사일3(PAC3) 3기를 내년 중 실전배치하고 내년부터 2010년까지 스탠더드 요격미사일(SM3)을 도입해 이지스함 4척에 장착할 계획이다.

▽마음만 먹으면 핵무기도=나아가 일본은 핵무기를 만들 수 있는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일본은 핵보유국이 아닌데도 세계 4위의 플루토늄 보유국(40t)이다. 여기에 3월 31일 시험 가동에 들어간 아오모리(靑森) 현 롯카쇼무라 재처리공장을 통해 내년 8월부터 매년 4t이 넘는 플루토늄을 추가로 확보하게 될 전망이다. 플루토늄 5t이면 핵무기 1000여 개를 제조할 수 있는 양이라고 한다.

최근 일본이 보여 주는 우경화 분위기로 볼 때 이 플루토늄과 핵 기술은 언제든 핵무기로 전용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이러다 보면 방위성을 갖고 군대를 보유한 ‘전쟁을 할 수 있는 나라’ 일본이 실제로 ‘선제공격’에 나설 날이 언젠가는 올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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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서영아 특파원 sya@donga.com

▼국방예산 세계2위… 실질적 전시작전권 보유▼

일본의 자위대는 막강한 전투력을 가진 군대인데도 명목상 군대가 아닌 것으로 포장하다보니 운영부터 용어까지 독특한 점이 많다.

또 자위대와 주일미군 간의 관계도 한국군과 주한미군 간의 관계와는 상당히 다르다.

자위대와 관련된 궁금증을 문답으로 풀어본다.

Q: 자위대와 주일미군의 관계는….

A: 자위대는 주일미군을 전제로 조직돼 있다. 자위대는 현재 방어용 병기만을 갖고 있기 때문에 적국에 대한 직접 공격은 미군에 의존하고 있다.

Q: 헌법 해석상 자위대가 보유할 수 없는 공격무기란 무엇을 말하나.

A: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장거리 전략폭격기, 공격형 항공모함, 그리고 토마호크 등 장거리 지대지미사일을 말한다.

Q: 일본에도 전시(戰時)작전권을 행사하는 한미연합군사령부와 같은 조직이 있나.

A: 없다.

Q: 자위대는 전시작전권을 갖고 있나.

A: 일본은 전시라는 단어 대신 흔히 유사사태와 주변사태라는 용어를 사용한다. 따라서 전시작전권이라는 말도 쓰지 않는다. 하지만 실질적인 내용을 따지면 전시작전권을 갖고 있다고 볼 수 있다.

Q: 위헌 논란이 많았던 유사법제란 무엇인가.

A: 일본이 무력공격을 받거나 무력공격이 예상되는 유사사태에 대한 대처 체제를 규정한 법률이다. 2003년 5월 국회에서 통과됐다. 유사시 일부 국민의 기본권도 제한할 수 있도록 돼 있다고 해서 반대 여론이 많았다.

Q: 주변사태란 무엇인가.

A: 방치하면 일본에 대한 무력공격으로 이어질 수 있는 사태 등 주변 지역에서 일본의 평화와 안전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사태를 말한다. 1999년 8월부터 시행된 주변사태법에 따라 주변사태가 발생하면 자위대는 인원 및 물품 수송, 급유, 급수 등 후방지역 지원과 수색 구조활동을 할 수 있다.

Q: 일본의 국방예산은 세계 몇 위인가.

A: 일본의 국방예산 규모는 미국 러시아 영국 등에 이어 세계 4위다. 하지만 2위라는 통계도 있다. 종합적으로 세계 2위권이라고 보는 데 별 무리가 없다.

도쿄=천광암 특파원 ia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