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정 사립학교법이 초중고교 교장뿐만 아니라 유치원 원장의 임기도 최대 8년으로 제한했다는 사실이 뒤늦게 밝혀져 사학법 재개정 요구가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이 법의 개정을 주도한 열린우리당과 교육인적자원부, 당사자인 유치원계도 이 같은 사실을 까맣게 모르고 있다가 일부에서 문제를 제기하자 서둘러 대책 마련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12월 10일 열린우리당이 정기국회에서 강행 처리한 개정 사학법 53조 3항은 ‘각급 학교의 장의 임기는 학교법인 및 법인인 사립학교 경영자는 정관으로, 사인(私人)인 사립학교 경영자는 규칙으로 정하되 4년을 초과할 수 없고 1회에 한하여 중임할 수 있다’고 규정했다.
신설된 이 조항이 다른 조항과 상충하면서 문제가 발생했다. 이 법 2조 3항은 사립학교 경영자를 유아교육법, 초중등교육법, 고등교육법과 그 법에 의해 사립학교를 설치 경영하는 공공단체 외의 법인 또는 사인이라고 규정했다.
이 규정에 따라 국공립 유치원은 물론 학교법인이 운영하는 사립 유치원, 개인이 소규모로 운영하는 생계형 유치원의 원장도 사학 경영자에 해당돼 임기를 제한받게 된다.
전국의 유치원은 8288개이며 이 가운데 46%인 3830개가 사립이다. 개정 사학법이 그대로 시행된다면 사립 유치원은 원장의 임기 규정을 만들고 일정 기간이 지나면 비슷한 시기에 대부분의 유치원장이 바뀌는 사태가 벌어지게 된다.
서울 A유치원 원장은 “어려운 여건 속에서 원생들을 보살피고 있는데 국가가 원장의 임기까지 간섭한다니 황당하다”면서 “8년 뒤엔 유치원의 문을 닫거나 고용 원장을 쓰란 말이냐”고 흥분했다.
이는 열린우리당 등이 사학법 및 관련법과의 관련성도 제대로 살피지 않고 개정안을 졸속으로 처리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법 개정을 주도한 국회 교육위원회 열린우리당 간사였던 정봉주 의원은 “그런 문제가 있는 줄 몰랐다”며 “예외조항을 두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교육부는 “교육부도 개정안을 검토했지만 유치원 원장의 임기에 얽힌 문제점을 미처 발견하지 못했다”며 “7월 1일부터 법이 시행됐지만 문제점을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사단법인 한국유치원총연합회 정연철 사무총장은 “내용 검토도 제대로 안 한 채 졸속 처리했다”면서 “소규모 유치원은 설립자가 대부분 원장을 겸임하고 있어 임기 제한은 재산권 침해의 성격도 띠고 있다”고 말했다.
이인철 기자 inchu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