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비 못 합니다”현대자동차 서울 남부서비스센터의 한 직원이 13일 오후 차량 수리를 받으러 온 고객에게 인근 협력업체를 이용하라고 권하고 있다. 서비스센터 입구에는 이날 오전 10시 반부터 정비작업이 불가능하다는 안내문이 붙었다. 강병기 기자
13일 오전 11시 서울 동작구 대방동 현대자동차 남부서비스센터.
김모(46·회사원) 씨는 쏘나타 차량을 수리하러 이곳을 찾았다가 입구에서 차를 돌려야 했다.
현대차 노조가 지난달 26일부터 생산부문 부분 파업에 들어간 데 이어 13일 판매정비부문까지 파업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남부서비스센터는 문을 연 지 2시간 만인 오전 10시 반에 업무를 중단했다.
김 씨는 “차량을 고쳐 제헌절 연휴를 포함한 3박 4일간 여름휴가를 떠날 계획이었다”며 “다른 업소를 찾아갈 시간도 없어 아예 여행을 포기하겠다”고 말했다.
서비스센터 파업 소식을 알지 못해 이날 헛걸음을 해야 했던 많은 고객은 분통을 터뜨렸다.
남부서비스센터 운영지원팀의 한 직원은 “예약 고객들에게는 전화를 해 17일까지 예약을 모두 취소했다”며 “현재 노조의 파업 일정 통보가 없어 고객들에게 언제 다시 오라고 안내하지도 못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평소 수백 대의 정비차량으로 북적이던 작업장은 부품이 수급되지 않아 정비를 못한 흰색 쏘나타 한 대만이 자리를 지킨 채 을씨년스럽게 텅 비어 있었다.
새 차를 몰고 여행을 가는 꿈에 젖어 있던 현대차 고객들도 차량 출고 지연으로 골탕을 먹고 있다.
현수영(30·여·회사원·서울 성북구) 씨는 신형 아반떼를 타고 휴가를 떠나려던 계획을 포기했다. 직장 상사의 눈치를 보며 겨우 남편과 일정을 맞춰 16일부터 강원 영월군으로 휴가를 가려 했지만 계약했던 차가 출고되지 않아 휴가를 취소한 것.
현 씨는 당초 10일 출고 예정이라는 영업사원의 말만 믿고 타던 차를 판 뒤 새 차를 인도받을 날짜만 손꼽아 기다렸다.
현 씨는 “해마다 파업을 해서 다른 많은 근로자까지 골탕을 먹이는 현대차 노조는 너무 자신들의 이익만 생각하는 것 아니냐”며 “원인이 어디 있든 노무관리를 잘 못해 해마다 파업을 겪는 회사 측도 원망스럽다”고 말했다.
현 씨는 아반떼 계약을 취소하고 다른 회사 차량을 구입할 생각이다.
중소 기계제조업체인 A사에서 출장 정비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황모(33) 씨의 사정은 더 딱하다.
황 씨는 “신형 아반떼를 제때 인수받지 못해 출장을 제대로 다니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버스, 기차, 택시를 번갈아 타며 출장을 다니고 있지만 농촌 지역 공장들이 워낙 후미진 곳에 있어 접근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5월 말에 차량을 신청해 6월 중순 받기로 했던 그는 “‘곧 나온다’는 영업소의 말만 믿고 기다리다 지금에 이르렀다”며 “바로 출고되는 다른 업체의 차를 알아보고 있다”고 말했다.
‘아반떼HD’ 동호회 등 각종 인터넷 게시판에도 현대차 노조를 비난하는 글이 봇물 터지듯 쏟아지고 있다.
그러나 현대차 노조는 ‘노조의 단결을 저해하는 외부의 각종 유언비어를 차단한다’는 이유로 지난달 26일부터 홈페이지 게시판을 폐쇄했다.
13일로 14일째(근무일 기준) 부분 파업을 벌이고 있는 현대차 노조는 이날 사측과 13차 교섭을 벌였지만 별다른 성과를 얻지 못해 고객들의 불편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기아차 노조는 당초 검토했던 13일 잔업거부를 취소하고 정상근무했고 18∼20일은 산하 3개 공장별로 2시간씩 순차적으로 파업하기로 했다.
이종식 기자 bell@donga.com
석동빈 기자 mobidic@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