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보험회사는 상호회사가 아닌 주식회사이며, 보험계약자들도 주주가 아니라 채권자 지위가 인정된다는 생보사 상장안(上場案)의 기본 골격이 제시됐다. 생보사가 상장할 때 보험계약자에게 상장 차익으로 주식을 주지 않아도 된다는 뜻이다. 생보사 상장의 최대 걸림돌이었던 회사 성격이 규정되면서 17년 동안 끌어온 생보사 상장 작업이 급물살을 탈 전망이다. 한국증권선물거래소 산하 생보사 상장자문위원회는 13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한국증권선물거래소에서 ‘생보사 상장 공청회’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의 상장 방안을 내놓았다. 하지만 상장 차익에 대한 계약자 몫을 주장하는 일부 시민단체의 반발이 만만치 않아 상장까지는 적지 않은 진통이 예상된다.》
○ ‘4가지 쟁점’에 대한 잠정 결론
생보사 상장과 관련한 쟁점은 △생보사의 성격 △여유자금 처리방안 △자산 재평가액 배분 여부 △과거 계약자에 대한 배당의 적정성 등 4가지다.
상장자문위의 상장 방안에 따르면 생보사는 주식회사에 가깝다. 최고의사결정기구가 주주총회이기 때문이다. 계약자는 보험료에 따른 혜택과 배당을 받을 권리가 있는 채권자이므로 생보사는 상장 후 현금 배당을 하면 된다고 판단했다.
반면 참여연대 등 일부 시민단체는 생보사를 계약자가 곧 주주인 ‘상호회사’라고 규정했다. 계약자가 주주인 만큼 상장 차익을 주식으로 나눠 줘야 한다는 것.
자문위는 또 생보사가 갖고 있는 ‘내부 유보액’ 명목의 여유자금이 계약자 몫이므로 이를 돌려줘야 한다고 해석했다. 유보액은 교보생명 662억 원, 삼성생명 878억 원이다.
참여연대 등은 생보사 상장에 앞서 토지와 건물 등 자산을 재평가해 얻은 재평가이익을 계약자에게 줘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자문위는 재평가제도가 2000년에 폐지된 데다 미(未)실현 이익을 나눠 주면 생보사의 재무건전성이 나빠진다고 했다.
생보사가 기존 계약자에게 지급한 배당금도 “적정했다”고 결론 내렸다.
○ 지급 배당금도 적정 수준 결론
생보사 상장 논의는 1989년 교보생명이 상장을 위한 자산 재평가를 시작한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1990년엔 삼성생명이 자산 재평가를 했다.
같은 해 8월 당시 재무부는 재평가 금액을 △주주 몫 30% △계약자 몫 30% △내부 유보액 40% 등으로 배분하는 지침을 내놨다.
그러나 증시 침체국면이 이어지자 정부는 그해 12월 상장 논의를 중단했다.
생보사 상장문제는 1999년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삼성자동차의 부채 처리와 관련해 그가 보유한 삼성생명 주식 350만 주를 채권단에 넘기면서 다시 물 위로 떠올랐다.
이후 삼성차 채권단이 2002년 12월 삼성생명 주식 매각을 위해 생보사 상장기준을 마련해 달라고 정부에 건의한다. 하지만 시민단체 등의 반대로 상장 논의는 곧 중단됐다.
이어 올 2월 증권선물거래소에 자문위가 구성되면서 생보사 상장 논의가 다시 시작됐다.
○ 앞으로도 넘어야 할 산 많아
금융감독위원회는 연내 상장방안 최종안을 확정하고, 유가증권시장 상장규정을 개정할 계획이다. 이렇게 되면 생보사들은 내년부터 상장을 추진할 수 있게 된다.
동양생명은 상장 목표를 당초 2008년 3월에서 내년 하반기(7∼12월) 중으로 조정했으며, 교보와 삼성생명도 곧 상장을 목표로 한 시장 조사에 나설 예정이다.
하지만 일부 시민단체의 반발이 거세 계획대로 상장작업이 진척될지는 미지수다.
이들은 “생보사가 겉은 주식회사이지만 계약자와 경영이익은 물론 위험도 공유한 사실상의 상호회사이기 때문에 상장 차익을 가입자에게 주식으로 배분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참여연대 소속의 김상조(경제학) 한성대 교수는 “2003년에는 상장자문위가 계약자에게 주식을 주도록 해놓고, 이번에는 전혀 다른 결론을 냈다”며 “집회를 해서라도 규정 개정을 막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홍수용 기자 legma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