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 대한 중국의 설득 작업이 사실상 큰 성과가 없는 것으로 나타나면서 북한 미사일 사태가 다시 유엔으로 넘어가게 됐다.
중국도 대북(對北) 제재 결의안 채택 자체를 반대해 오던 종전의 입장에서 한발 후퇴해 12일 러시아와 함께 마련한 대북 결의안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제출했다.
안보리에 일본과 중국안(案)이 나란히 상정돼 있는 셈이다. 이에 따라 유엔에서 중국과 일본 간에 치열한 ‘외교전’이 펼쳐질 전망이다.
실제 중국의 리자오싱(李肇星) 외교부장은 13일 오후 9시경 반기문 외교통상부 장관에게 전화를 걸어 “중국과 러시아가 공동발의한 결의안을 지지해 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패로 끝난 중국의 북한 설득 작업=북한 미사일 발사 문제 해결을 위해 중국을 재방문한 크리스토퍼 힐 미국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는 13일 “평양에서 아무런 돌파구가 마련되지 못했다”고 말했다. 10일부터 평양을 방문 중인 우다웨이(武大偉) 중국 외교부 부부장이 북한을 설득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실패했음을 공식 확인한 것이다.
힐 차관보는 “이제 행동은 (유엔본부가 있는) 뉴욕으로 옮겨졌다”고 말해 사실상 북한 설득 작업은 끝났고 이제 공이 유엔 안보리로 넘어갔음을 분명히 했다.
이어 그는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이 곧바로 리 외교부장과 만나 다음 단계에 대해 논의할 것”이라며 “G8(선진7개국과 러시아) 정상회담에서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과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도 이에 대해 많은 토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G8 정상회담은 15일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시작된다.
▽중국 결의안의 의미와 각국 반응=중국 결의안에는 북한에 대한 제재 방안이 빠져 있다. 또 향후 군사적 제재 조치 가능성을 열어 놓을 수 있는 ‘유엔헌장 7장 원용’ 부분도 보이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구속력 없는 의장 성명을 주장해 온 중국 측이 결의안 형식을 수용한 것은 상당한 양보로 평가된다.
북한 설득 작업이 사실상 실패로 끝난 마당에 무조건 결의안 반대만 주장할 수 없게 된 탓이지만, 미국과 일본은 그래도 중국의 결의안 제출을 일단 ‘진전’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존 볼턴 유엔 주재 미국대사는 12일 “중국 결의안 내용에 부족한 점이 있지만 중국이 결의안이라는 형식을 수용한 것은 중요한 진전”이라고 말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관방장관도 “결의가 필요하다는 것이 국제사회의 대세이고 상식이자 양심”이라며 “이 같은 이해가 점점 널리 퍼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치열하게 벌어질 외교전=안보리 이사국들은 이날 밤늦게까지 전문가회의(실무회의)를 열어 일본안과 중국안을 나란히 놓고 의견 조율 작업을 벌였다.
이번 주말이 협상의 분수령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유력하다. 유엔 주재 한국대표부의 한 관계자는 “다음 주는 안보리가 이란 핵 사태를 본격적으로 논의해야 하기 때문에 이번 주말에는 (대북 결의안) 협상의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고 예상했다.
유엔 주변에서는 일단 미국과 일본이 중국과 러시아의 수정안을 받아들일 가능성이 없지 않다고 보고 있다. 중국과 러시아가 ‘대북 제재 결의안’에 대해서는 거부권을 행사할 것이 분명한 만큼 미일 양국도 ‘결의안’이라는 명분을 확보하는 데 만족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얘기다.
뉴욕=공종식 특파원 kong@donga.com
베이징=하종대 특파원 orionha@donga.com
도쿄=서영아 특파원 sy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