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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은행, 제로금리시대 마감

입력 | 2006-07-14 15:54:00


일본경제가 디플레이션 탈출에 성공했다고 일본은행이 공식 선언했다.

디플레이션이란 물가가 지속적으로 떨어지는 현상. 당초 많은 일본 국민들은 "물가가 내려가는 것은 좋은 일"이라고 반겼으나 기업 매출과 수익 감소→개인 소득 감소의 연쇄 부작용이 이어지자 하루빨리 디플레이션이 끝나기만을 기다려왔다.

▽5년 만에 폐기=일본은행은 14일 금융정책결정회의를 열어 금융기관끼리 거래하는 하루짜리 콜금리 유도목표를 0%에서 0.25%로 올렸다. 일본은행은 시중은행에 자금을 빌려줄 때 적용하는 공정할인률도 0.1%에서 0.4%로 인상했다.

후쿠이 도시히코(福井俊彦) 일본은행 총재를 비롯한 정책위원 9명은 일본경제가 디플레이션에서 완전히 빠져 나왔으며 다시 되돌아갈 우려도 없다는 데 의견 일치를 보았다. 일본은행의 결정에 따라 은행과 신용금고 등도 보통예금과 정기예금 금리를 올리기로 했다.

현재 보통예금 이자율은 연 0.001%로 1000만 엔의 1년분 이자가 한 구간 전철 교통비도 안 되는 100엔. 금융시장에서는 이미 오래전부터 금리인상이 예견돼 왔고 단기금리 인상폭도 0.25%에 불과해 일본 경제에 큰 충격을 주지는 않을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다.

하지만 일본은행이 2000년 8월 디플레이션이 끝난 것으로 성급하게 판단해 금리를 0%에서 0.1%로 올렸다가 8개월 만에 다시 원상 복귀한 뼈아픈 과거를 감안할 때 금리 인상은 아직 이르다는 지적도 있다.

이런 주장은 디플레이션 극복 선언의 '선수'를 일본은행에 빼앗긴 일본 정부와 여당 안에서 특히 강하다.

▽대내외 파급 효과=금리가 오르면 이자나 연금을 받아 생활하는 고령자들의 소득이 늘어 소비에는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1000조 엔이 넘는 빚을 안고 있는 일본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이자 부담이 늘어 큰 압박을 받게 됐다.

과열이라는 지적이 나올 정도로 활발하게 설비투자를 해온 기업들도 이자 비용이 늘어난다. 또 금리인상은 주가를 끌어내리고 엔화 가치를 끌어올리는 요인이라는 것이 정설이어서 금융시장도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

이에 따라 일본은행은 장기간 제로금리시대에 적응해온 일본 경제가 충격을 받지 않도록 당분간 아주 낮은 수준의 금리를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채권시장이 요동하지 않도록 장기국채를 매달 1조2000억 엔어치씩 사들이기로 했다.

한편 이번 금리 인상으로 한국에서 엔화대출을 받은 기업과 자영업자가 환차손을 입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일본의 금리 상승으로 엔화 가치가 높아지면서 원-엔 환율이 상승(원화가치 하락)하면 원금 상환부담이 커지기 때문이다.

일본에서 저금리로 자금을 조달해 한국 주식시장에 투자해온 해외펀드가 자금을 빼내면서 증시가 약세를 보일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이에 대해 피데스투자자문 김한진 부사장은 "그 규모가 많지 않을 것으로 보여 증시가 폭락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도쿄=천광암특파원 iam@donga.com

홍수용기자 legma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