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인적자원부가 7차 교육과정의 단계형 수준별 교육을 손질하기 위해 14일 서울 종로고 삼청동 교육과정평가원에서 개최한 공청회가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회원인 교사 200여 명의 방해로 난장판이 됐다.
이들은 이날 오후 1시 경 교육과정평가원 정문 앞에서 수준별 교육과정의 백지화를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갖고 오후 2시 공청회 시작 직전 수학과목 개선 공청회가 열리는 4층 대강당과 영어과목 개선 공청회가 열리는 3층 대회의실로 들어갔다.
이들은 단상을 점거하고 마이크를 빼앗아 공청회가 10여 분 간 지연됐다.
이들은 '각 학교에서 교장, 교감, 교무부장 가운데 1명이 반드시 참석해 달라'는 서울시교육청의 공문을 공개하면서 "현장 교사들에게는 알리지도 않은 채 엉터리 공청회를 한다"고 항의했다.
이들 대부분은 공청회장 밖으로 물러났지만 20여 명이 끝까지 공청회장에 남아 공무원과 몸싸움을 벌이거나 "교육과정 개정 백지화" 등의 구호를 외치는 바람에 공청회는 중단과 속개를 거듭했다.
교육부는 이들의 방해로 공청회의 정상적 진행이 힘들었지만 주제 발표와 지정 토론, 자유 토론 등 모든 일정을 끝까지 진행해 참석자들로부터 '형식상 공청회'를 강행한다는 빈축을 샀다.
교육부는 이날 공청회에서 학생의 수준에 맞춰 단계형 수준별 교육을 한다는 7차 교육과정을 시행 6년만에 손질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교육부는 같은 학년이라도 난이도에 따라 여러 단계의 수업을 편성한 현행 단계형 수준별 교육과정을 폐지하고 학년별로 단일한 교육과정을 도입하기로 했다.
교육부는 이를 위해 영어와 수학 과목의 기본-보충-심화 등 현행 3단계 교과서를 통합해 하나의 교과서를 만들고 보충-심화 과정의 보조 교과서를 만들어 2009년 초등학교 1, 2학년을 시작으로 2011년까지 전 학년에 이를 보급할 예정이다.
전교조는 수준별 수업이 불평등 교육을 조장한다며 반발해왔으며, 일선 학교는 수준별 수업을 할 수 있는 여건을 갖추지 못했다. 교사들은 재이수나 월반 등 단계형 수준별 교육을 위한 제도적 뒷받침이 없고, 수준별 반 편성이나 학습자료 개발이 어렵다고 고충을 호소해왔다.
김희균 기자 foryou@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