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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예술]더 좋은 세상을 위한 행진

입력 | 2006-07-15 03:00:00


◇더 좋은 세상을 위한 행진/잭 캔필드 외 지음·이현정 옮김/452쪽·1만1900원·도솔

부모의 이혼으로 이탈리아 고산지대 산골마을의 외할아버지 집에서 살게 된 수재너. 겁에 질려 울기만 하던 손녀 수재너를 달래 줄 선물을 사려고 외할아버지는 산을 걸어 내려갔다.

밤늦게 돌아온 외할아버지의 주머니에 든 선물은 끈적끈적한 작은 막대기 두 개. 평생 한번도 아이스크림을 본 적이 없던 할아버지는 미국의 사치품에 길들여진 손녀의 향수를 달래려고 아이스크림을 사서 주머니에 넣고 왔던 것. 모두 웃음을 터뜨리던 그때, 수재너에게 “뭐라고 설명할 수 없는 무언가 굉장한 일”이 일어났다.

“나는 완전히 달라졌다. 불안하던 내면에 평화가 찾아왔다. 그날 할아버지에게 내가 받은 진짜 선물은, 다른 사람을 위해 ‘무엇’을 해주느냐보다 그 무언가를 해 주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이 더 중요하다는 깨달음이었다.”

카운슬러인 잭 캔필드를 비롯한 저자들은 이처럼 잔잔한 이야기들을 통해 “언젠가 인생을 돌아볼 때 정말 제대로 살았다고 생각되는 순간은 사랑의 정신으로 행동했던 순간이라는 사실을 알게 될 것”이라고 들려준다.

1994년 미국에서 시작된 ‘닭고기 수프’ 시리즈의 101번째 책. 국내에선 같은 시리즈에 속하는 책들이 ‘마음을 열어주는 101가지 이야기’ ‘영혼을 위한 닭고기 수프’라는 각각 다른 이름으로 출판되기도 했다.

더 좋은 세상을 만드는 이야기는 마더 테레사, 틱구한처럼 정신적 스승의 큰 이야기에서부터 이름 없는 사람들의 소박한 실천까지 다양하다. 그런데 평범한 이들의 작은 이야기에 더 눈길이 간다.

점심을 굶는 동급생에게 매일 자신의 도시락을 주는 초등학생, 전쟁으로 폐허가 된 베트남에서 굶주린 아이들을 구하려고 집집마다 구걸을 다닌 스님, 아들을 살해한 살인자를 용서한 어머니, 외롭게 죽어가는 인도 여성의 손을 잡고 노래를 불러 준 미국인 자원봉사자, 파키스탄 양탄자 공장에서 강제노동에 시달리는 어린이들을 구하러 나선 캐나다 소년….

다양한 이야기 속에서 드러나는 공통점은 “자기 안으로 움츠리는 대신 바깥을 향해 손을 뻗을 때 삶의 지평과 사랑의 궤도가 넓어진다는 믿음”이다.

미국의 진보적 지식인 하워드 진의 말마따나 변화의 과정에 동참하기 위해 반드시 거창한 영웅적 행동을 할 필요는 없다. “평범하고 보잘것없는 행동일지라도 수백만 명의 힘이 모아지면” 세상은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할 것이다.

원제 ‘Chicken Soup Stories for a Better World’(2005년).

김희경 기자 susann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