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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세상/김태국]‘매직기술’ 불로장생 꿈꾸다

입력 | 2006-07-15 03:00:00


“왜 우리는 늙어 가는가?” 인간의 최대 관심사 중 하나인 노화에 대한 연구는 오랜 역사를 두고 이루어져 왔다. 복잡하고 총체적인 현상이기에 노화기작(노화메커니즘)을 분석하기가 매우 어려웠다. 중요한 가설 중 하나인 낮은 칼로리의 식사가 노화를 늦출 수 있다는 결과는 여러 방면의 연구를 통해서 얻어졌다.

이러한 신체상에 일어나는 노화와 더불어 세포상에서 일어나는 노화가 있다. 그 관계는 확실히 정립되어 있지 않았다. 2006년 2월 노화된 세포로 인해 신체의 노화가 야기된다는 과학적인 증거가 세계적 과학 잡지인 ‘사이언스’에 발표됐다. 개코원숭이(baboon)가 나이를 먹음에 따라 피부에 존재하는 노화세포의 수가 크게 증가한다는 것이다. 세포가 노화하면 분열할 수 있는 능력이 떨어지게 되는데 이를 세포노화(cellular replicative senescence)라고 부른다.

“이러한 신체노화의 근간을 이루는 세포노화를 인위적으로 조절할 수는 없을까?” 진시황이 생전에 전 세계 각국에 신하를 보내 찾고 싶었던 불로초의 존재 여부는 매우 흥미진진하다. 세포의 노화현상을 억제하는 물질이 특이한 분자기작(분자메커니즘)과 함께 ‘네이처’ 자매지에 한국과학기술원(KAIST) 연구팀에 의해 2006년 6월 발표됐다.

인간세포는 개코원숭이처럼 일정 기간 분열하다가 복제노화가 되면 더는 세포분열을 하지 못한다. 이 상태에서 우리가 개발한 신규 물질을 처리하면 젊은 세포처럼 세포분열이 활발히 일어난다. 이어 신규 물질을 제거하면 세포노화가 되고, 다시 신규 물질을 처리하면 젊은 세포처럼 또다시 활발히 세포분열이 일어난다. 이러한 효능은 노화와 관련된 세포 내의 분자생명회로를 신규 물질을 이용해서 스위치를 온(on), 오프(off) 하는 것처럼 임의로 재프로그래밍할 수 있기 때문이라는 특이한 분자기작을 규명했다.

“오랜 역사를 두고 그토록 관심이 많았던 노화를 조절하는 물질을 어떻게 찾은 것일까?” 이를 가능케 한 것이 다름 아닌 2005년 7월 ‘사이언스’에 발표된 우리의 매직기술이다. ‘세포 안의 분자생명회로를 실시간으로 훤히 들여다볼 수 있다’라는 뜻의 영어 첫 글자를 따서 명명했다. 매직기술은 나노 입자를 세포 내에 들여보내서 분자생명회로를 모니터하는 나노기술, 바이오기술을 융합시킨 첨단 분자 의약영상 기술이다. 이 기술을 통해 세포 안을 들여다보면서 노화를 일으키는 분자생명회로를 조절하는 새로운 물질을 효과적으로 개발한 것이다.

“세포노화를 조절하는 물질을 인간에게도 사용할 수 있을까?” 노화억제 물질은 노화와 관련된 여러 질병에 대한 효능을 동물 모델을 통해서 신체 수준에서 분석, 검증하려 한다. 단기적으로는 세포노화에 따라 화상, 찰과상에 의한 상처가 치유되는 속도가 느려지는데 이러한 상처 치료 과정을 촉진하고, 노화와 함께 생기는 주름을 개선시킬 수 있는 의약개념이 도입된 기능성 화장품 등의 약효를 연구 개발할 예정이다.

“노화와 관련된 여러 질병 치료제를 개발할 수 있을까?” 고령화사회로 진입하면서 건강한 삶에 대한 기대는 매우 크다. 신약을 개발하기 위해 세계적으로 많은 노력을 하지만 엄청난 비용과 시간이 소요되는 만큼 효과적이지는 않다. 신약 개발 과정에서 나타나는 문제점의 해결 실마리를 매직기술이 제공한다. 우리의 독자적인 매직기술을 이용해서 노화와 관련된 여러 질병 치료에 체계적으로 접근이 가능하리라 예상된다. 가령 들여다보는 질병 세포의 종류에 따라 다양한 치료제를 개발할 수 있다. 신약 개발 원천기반기술로서 매직기술은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김태국 한국과학기술원(KAIST) 교수·분자의약 유전체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