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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美FTA 2차협상 파행으로 마감

입력 | 2006-07-15 03:00:00

美 수석대표 회견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미국 측 수석대표 웬디 커틀러 씨(왼쪽)가 14일 오후 서울 중구 장충동 신라호텔에서 협상내용에 대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2차 협상 마지막 날인 14일 분과회의 일정이 전면 취소되면서 닷새간의 협상이 파행으로 막을 내렸다.

김종훈 한국 측 수석대표는 이날 저녁 기자회견을 열고 “미국이 11일 한국의 ‘약제비 적정화 방안’에 대한 불만 표시로 의약품·의료기기 분야 회의를 중단한 후 13∼14일로 예정됐던 무역구제 및 서비스 분과회의에도 참가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김 대표는 또 “한국도 이에 따라 오늘 상품 및 환경 분과 마지막 날 회의를 취소한다고 미국에 통보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협상 때 불만을 나타내는 방법은 여러 가지”라며 “분과회의 일정 취소를 협상 자체의 결렬로 확대 해석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한미 양국은 이번 협상에서 상품 개방안 작성원칙 합의 등 일정부분의 합의를 이끌어내기도 했다.

3차 협상은 9월 4일경 미국에서 열린다. 장소는 당초 유력했던 시애틀에서 1차 협상장소였던 워싱턴으로 바뀔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웬디 커틀러 미국 측 수석대표 등 미국 대표단은 이날 저녁 출국해 미국으로 떠났다.

○ 분과별 협의 줄줄이 취소

분과별 협의가 줄줄이 취소된 직접적인 원인은 보건복지부가 9월 시행을 목표로 추진하고 있는 약제비 적정화 방안이다.

이는 가격에 비해 효과가 좋다는 사실이 입증된 신약만 건강보험 대상으로 선정하겠다는 것. 미국은 이 같은 조치가 미국 제약업계의 ‘고가(高價) 혁신 신약’을 차별하는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커틀러 미국 측 수석대표는 “서울에 도착한 뒤 한국이 약제비 적정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는 얘기를 듣고 매우 놀랐다”며 불만을 나타냈다. 협상 직전에 한국이 미국의 최대 관심사항 중 하나인 의약품에 대한 제도개혁을 추진한 것은 일종의 ‘배신’이라는 것이다.

이에 대해 김 대표는 “약제비 적정화 방안은 협상 대상이 아니다”면서 “제도 운영과정에서 한국산이건, 미국산이건 차별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 상품 개방안 작성원칙 등 일부 합의도

양국은 이번 협상기간에 자동차 세제, 개성공단 제품 한국산 인정, 쌀 시장 개방 등 1차 협상에서 논란이 됐던 핵심 쟁점에 대해 진전을 보지 못했다.

하지만 상품분야 개방안 작성 원칙에 합의하고 서비스 유보안도 주고받는 등 의미 있는 결과를 일부 내놓아 향후 협상에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농산물과 섬유분야에서는 개방안 작성원칙이 합의되지 않았지만 양측은 일단 각자 마련한 개방안을 다음 달 중순 교환해 후속 협상을 진행하기로 합의했다.

○ 한층 거세진 반대 목소리…협상에 부담

2차 협상기간 내내 서울에선 대대적인 한미 FTA 반대 시위가 이어졌다.

정부는 급작스럽게 한미 FTA를 추진하면서 여론을 제대로 수렴하지 못했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하지만 이들의 반대 목소리에는 경제 논리가 아닌 다른 배경도 깔려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한미 FTA를 지지하는 선진화국민회의’의 서경석 사무총장은 “반미(反美) 투쟁의 도구로 FTA를 악용하는 사람들이 한미 FTA를 반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인하대 정인교(경제학) 교수는 “한국정부가 금융 의약품 부문에서 강경 입장을 고수하는 등 반대파들이 우려하는 대로만 협상이 진행되는 것은 아니다”며 “일단 국익에 부합하는 결과가 나올 수 있도록 믿고 기다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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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극인 기자 bae2150@donga.com

홍석민 기자 smh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