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으로 반출된 지 93년 만에 고국으로 돌아온 조선왕조실록 오대산본이 14일 일반에 공개됐다. 서울대 규장각 지하 1층 전시실을 찾은 관람객들이 성종대왕 실록을 살펴보고 있다. 김미옥 기자
93년 만에 고국에 돌아온 조선왕조실록 오대산본 47책이 처음으로 외부에 공개됐다.
서울대는 14일 오전 교내 규장각 지하 1층 강당에서 ‘조선왕조실록 인도 인수식’을 열고 일본 도쿄대에서 돌려받은 조선왕조실록 오대산본 47책을 공개했다.
이날 행사에는 사이고 가즈히코(西鄕和彦) 도쿄대 도서관장이 참가해 도쿄대 고미야마 히로시(小宮山宏) 총장의 편지를 대독한 뒤 상징적인 의미로 김영식 서울대 규장각 한국학연구소장에게 47책 중 1책을 전달했다. 오대산본 47책은 이날 대한민국 국유재산으로 등록됐다.
조선왕조실록은 행사가 끝난 뒤 규장각 전시실에서 취재진과 참석자들에게 공개됐다. 책은 약간 낡았지만 보존 상태는 양호한 편이었다.
이 책들은 문화재청으로 옮겨져 19일 국보심사를 받는다. 국내에 남아 있던 조선왕조실록은 이미 일괄적으로 국보 151호로 지정돼 있어 진본임이 확인되면 이견 없이 국보로 지정될 전망이다.
문화재청은 22일 조선왕조실록 환수위원회와 함께 강원 평창군 오대산 사고와 월정사에서 ‘조선왕조실록 환국 고유제 및 국민 환영 행사’를 열며 26일부터 국립고궁박물관에서 특별전을 통해 3개월간 일반에 공개할 계획이다. 문화재청은 전시 기간에 심의위원회를 열어 오대산본의 최종 귀속지를 정할 방침이다.
현재 문화재청이 밝힌 실록의 최종 관리 장소 후보지는 월정사, 서울대 규장각, 국립고궁박물관, 천안 독립기념관 등 4곳으로 이 중에서 월정사와 서울대 규장각이 맞서고 있다.
서울대 환수위원장인 이태수 대학원장은 “오대산본은 서울대가 기존에 보관해 온 27책과 불가분의 관계인 데다 학술 연구를 위해서도 서울대에서 보관하는 게 옳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월정사 주지 정념(조선왕조실록 환수위원회 공동의장) 스님은 “임진왜란 직후인 1606년 오대산 사고를 설치한 이래 잘 보관해 오던 것을 일제가 강탈해 간 역사서인 만큼 제자리에 가져다 놓는 게 민족과 역사에 대한 도리”라며 “오대산본 실록 관리 보존에 대한 법적 관리자가 누구인가에 대한 민사소송을 법원에 청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환수위 간사 혜문 스님은 “선조 임금이 조선왕조실록을 오대산 사고에 두면서 월정사에 관리 권한을 주었으며 월정사는 ‘실록수호총섭’이라는 지위를 토대로 일본 정부에 소송을 준비하는 등 환수 운동을 시작할 수 있었다”며 “불교계의 이권 챙기기로 비칠 우려도 있으니 국민적 합의를 거쳐 독립기념관, 고궁박물관, 월정사 중 한 기관에서 소장권을 갖는 게 어떠냐는 의견을 월정사 측에 개진했다”고 말했다.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장원재 기자 peacechao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