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정보원 불법 감청(도청) 사건과 관련해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임동원, 신건 전 국정원장에게 법원이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을 각각 선고했다.
법원은 두 전직 원장이 국정원의 불법 감청 사실을 알고도 이를 방관한 혐의가 인정된다며 검찰의 공소사실을 모두 유죄로 인정했다. 하지만 국정원의 불법 감청이 관행으로 이어온 점, 공소시효 만료로 이전의 전직 정보기관장들은 기소되지 않은 점, 불법 감청을 묵인하거나 방관하는 방식으로 소극적으로 관여한 점을 고려해 실형을 선고하지는 않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장성원)는 14일 김대중 정부 시절 국정원장으로 재직하며 불법 감청을 지시한 혐의(통신비밀보호법 위반)로 구속 기소돼 보석으로 풀려난 두 전 원장에 대한 1심 선고공판에서 이같이 선고했다.
재판부는 “불법 감청을 단속할 수 있는 위치에 있었는데도 이를 단절하지 않은 것은 결과적으로 범행을 공모한 것과 마찬가지”라며 “정보기관의 수장으로서 불법 감청에 대한 정치적 행정적 책임을 져야 한다”고 밝혔다.
정효진 기자 wiseweb@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