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기습 폭우가 내려 도시 곳곳이 잠겼던 경기 고양시 시민들이 극심한 침수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다.
지하철 일산선뿐 아니라 3개 구의 선인장 농가와 채소 재배 농가, 도로, 주택, 공장, 공사현장 등이 대거 물에 잠겼기 때문에 시민들은 ‘교통대란’ 이외에도 큰 재산피해를 봤다.
농경지 775ha가 침수되고 건물 침수는 866가구, 이재민은 174가구 471명이 발생했고 1명이 사망했다.
특히 덕양구 강매동과 일산동구 풍동 등 저지대 주민들은 17년째 수해가 반복되고 있는데도 근본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행정당국의 무능과 무신경에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일부 주민은 “새삼스러울 것도 없다”며 아예 체념한 상태다.
화가 난 덕양구 가라뫼마을 주민들은 구청장실을 점거했고, 13일 현장을 시찰한 이용섭 행정자치부 장관에게 거칠게 항의하기도 했다. 이 장관은 수해현장에서 “재건축 시점을 앞당기는 방안을 검토하라”고 관계 공무원에게 지시했지만 주민들을 만족시키지는 못했다.
그러나 강현석(사진) 고양시장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책임을 느낀다”면서도 “일부 지역만 침수됐는데 언론에서 ‘물바다’라고 과장했다”며 불만을 드러냈다.
시민들은 이에 대해 “시장은 평소 체어맨을 타다가 비가 올 때는 안전을 위해 렉스턴을 탄다는데 시장의 안전조치처럼 서민들에게도 평소 이상의 위험에 대비할 수 있는 조치가 있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꼬집기도 했다.
한 시민은 “결국 이번에도 서민들은 몸으로 때워야 하고 ‘윗분’들이나 책임 있는 기관들은 입으로 때우면 되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고 말했다.
고양=이동영 기자 argu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