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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의 지붕밑]“하루 1유로씩 내면 PC 드려요”

입력 | 2006-07-15 03:00:00


“파리를 무선 인터넷으로 뒤덮겠다.”

베르트랑 들라노에 파리 시장이 지난주 자신 있게 내던진 한마디다. 파리를 전 세계에서 인터넷 접속이 가장 잘되는 도시로 만들겠다는 게 들라노에 시장의 야심. 내년 말까지 공원 광장 도서관 등 공공장소 400곳에 무선 인터넷용 안테나를 설치할 계획이다. 그는 “인터넷에 원활하게 접속할 수 있느냐 여부는 이제 도시의 국제 경쟁력을 결정짓는 요인”이라고 말했다.

도미니크 드빌팽 총리는 12일 국가 차원의 정보화 계획을 발표했다. 이른바 ‘하루 1유로(약 1200원)’ 프로젝트. 저소득층에 PC를 보급하기 위한 것으로 하루 1유로씩 3년만 내면 품질 좋은 PC와 소프트웨어를 제공하고 필요하면 가정을 방문해 컴퓨터 교육까지 해 준다는 계획이다.

프랑스 정부의 이 같은 노력은 ‘디지털 디바이드(정보격차)’를 줄이기 위한 조치다. 공공 서비스의 대부분을 온라인화하려는 정보화 계획과 맞물린다. 프랑스에는 현재 두 가정에 한 대꼴로 PC가 보급돼 있지만 노인이나 저소득층 가정의 PC 보급률은 크게 떨어진다. 인구의 절반 이상이 인터넷 사용은 고사하고 PC도 제대로 갖추지 못한 상황에선 정보화를 추진해 본들 활용도가 떨어지기 때문에 인프라부터 갖추려는 것이다.

프랑스가 정보화 사업에 박차를 가하는 것은 옛 명성을 되찾으려는 노력이기도 하다. 프랑스는 1982년부터 ‘미니텔’이라는 단말기를 집집마다 무료로 보급했다. 미니텔을 통해 전화번호나 날씨 검색, 기차표 예약 등 실생활에 필요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었다. 당시로선 최첨단이었고 미국보다 앞서 정보화 사회를 지향했다는 평가를 받을 정도였다.

그러나 너무 앞섰던 게 화근이었다. 사람들은 미니텔로도 불편함을 느끼지 못했기 때문에 더 향상된 방식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 그러는 동안 프랑스의 인터넷 사용자 인구 비율은 유럽연합(EU) 25개국 중 18위로 처졌다.

프랑스는 2004년 대학생들에게 노트북 컴퓨터를 보급하는 ‘하루 1유로’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덕분에 노트북 컴퓨터를 가진 대학생은 2004년 9월 8%에서 1년 뒤 22%로 크게 늘었다. 이 프로젝트는 대학생의 35%가 노트북 컴퓨터를 가질 때까지 계속된다.

파리=금동근 특파원 gol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