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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가들은 모두 나쁜놈들”…현대차 노조 ‘뒤틀린 동영상’

입력 | 2006-07-15 03:00:00

현대자동차 노동조합 홈페이지에 올라와 있는 노조방송의 한 장면. ‘내 월급 니 월급’이라는 제목의 이 기획물에는 “자본가들은 개나 소나 다 똑같이 나쁜 놈들이다”는 등의 내용이 담겨 있다.


"자본가들은 개나 소나 다 똑같이 나쁜 놈들이다. 열심히 건설플랜트노조와 연대해 못된 자본가들을 혼내주자."

"정몽구 회장은 지난해 42억 원의 연봉과 주식배당금 등 356억 원의 수입을 챙겼다. 뼈 빠지게 일하는 건 우린데 뒷돈 챙기는 건 경영진이다."

현대자동차 노조가 자본가를 타도 대상으로 묘사하거나 노사 갈등을 부채질하는 내용의 동영상을 자체 제작해 논란이 일고 있다. 현대차 노조는 이 동영상을 홈페이지 노조방송 게시판에 올려놓았다.

2002년 5월부터 제작된 동영상은 모두 206편이며 매주 금요일 울산 공장 구내식당에서 공개 상영돼 왔다. 회사 측은 내용이 지나치게 선동적이어서 4월 7일부터 공개 상영을 금지했지만 14일 현재 문제의 동영상들은 현대차 노조 게시판에 떠있다.

노조 게시판에 올린 206회 동영상에서 노조원들은 정 회장 등 경영진의 연봉을 거론하면서 "경영자와 노동자의 임금 차이가 356억 원과 4500만 원. 참 씁쓸하면서도 어이가 없다."고 주장했다.

205회 동영상 중 '아는 것이 힘이다'라는 코너에서 자본가는 노동자를 착취하는 자로 묘사했고, 국가는 자본가를 비호하는 집단으로 규정했다.

이 동영상이 인터넷에 유포되자 현대차 노조에 대한 누리꾼(네티즌)들의 비난 여론이 확산되고 있다.

자동차전문 사이트 '보배드림'에서 '상류사회 입성'이라는 ID를 쓰는 누리꾼은 206회 동영상을 보고 "노동조합 활동이 필요하다는 데는 동의하지만 이 사람들은 참 황당하다. 결국 공산주의 논리인 것 같은데 아마도 노조 요구대로 하면 3년 내에 현대차는 망한다"고 지적했다.

가족 중에 비정규직이 있다고 밝힌 또 다른 누리꾼은 "정규직 여러분 조금만 양보 하고 같이 삽시다. 월급 명세서 보면 정말 눈물이 납니다"라고 호소했다.

이에 대해 현대차 노조 측은 "노조 방송에 대해 특별한 입장을 밝힐 게 없다"고 말했다.

노조의 한 관계자는 "노조 방송은 담당자들이 회사에서 현실적으로 부딪치고 느끼는 문제에 대한 조합원들의 생각을 담아 낸 것"이라며 "방송 담당자들이 자유롭게 주제를 정해 만드는 것으로 노조 차원에서 특정 주제나 방향을 강제하거나 관여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석동빈기자 mobidic@donga.com

손효림기자 arys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