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제 밤부터 서울 경기 강원 지방에 내린 집중호우로 많은 인명 피해가 났다. 곳곳에서 주택 도로 농경지 침수, 수돗물 전기 가스 공급 중단, 전화 불통, 철도운행 중단, 항공기 결항, 등산객 고립 등 재산 및 생활 피해도 잇따랐다. 특히 시간당 60∼100mm의 폭우가 쏟아진 강원 산간지역에서만 산사태 등으로 30명이 사망 및 실종됐다.
서울 안양천 둑의 일부 유실로 지하철 9호선 공사장 및 인근 지역이 침수됐고, 한강 남한강 등의 범람이 우려돼 홍수주의보가 내려지면서 주변의 일부 주민이 긴급 대피했다. 더구나 장마전선이 남하해 호우 피해 지역이 전국으로 확산되고 있어 국가적 재난 비상사태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노무현 대통령과 한명숙 국무총리는 어제 오전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와 강원도 수해 현장을 각각 찾아갔다. 하지만 장대비가 무서울 정도로 퍼부은 밤 사이 피해 상황을 보고받으며 대책을 강구하는 모습은 볼 수 없었다. 이번에도 많은 국민은 정부의 최고 책임자들이 안이하지 않았느냐는 느낌을 지우기 어려웠을 듯하다. 중앙정부 및 지방자치단체의 관련 공무원들이 비상근무 중이라 하더라도, 정부 책임자들이 밤과 새벽 상황에서도 재난에 직접 대처하는 것이 정상이다. ‘대통령이 청와대에 있으나, 공연 구경을 하나 달라질 게 없다’고 했던 2003년의 인식 그대로라면 국민은 또 한번 실망할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북한의 미사일 발사,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반대 시위 등으로 나라 안이 어수선하다. 당장 수해만이라도 정부와 국민이 단합된 힘으로 잘 극복해야 한다. 피해를 최소화하고 복구를 앞당기는 데 지혜와 땀을 모아야 한다. 모두 이웃의 수재민에게 따뜻한 손길을 내밀자. 정부는 추가적 피해 예방 및 복구 대책뿐 아니라 수인성(水因性) 질병 예방에도 만전을 기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