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최고경영자(CEO)를 영입하라.’
한국축구에도 CEO가 절실하다. 전문가들은 “그동안 한국축구의 수많은 문제점이 지적됐지만 제대로 개선되지 않았다”고 입을 모은다. 월드컵이나 세계청소년선수권 등 각종 대회에서 성적이 좋지 않을 때마다 축구 전문가와 언론이 ‘한국축구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했음에도 바뀌지 않고 있다는 것은 대한축구협회와 한국프로축구연맹의 의지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한국축구 조직의 현실
축구협회 정몽준 회장은 5선 국회의원으로 대통령 후보로까지 나섰던 정치인. 프로연맹 곽정환 회장은 종교계 지도자. 모두 축구에 대한 애정이 각별하다. 정 회장은 일본 단독 개최가 유력하던 2002 월드컵을 공동 개최로 바꾼 주역이다. 월드컵 개최를 이뤄낸 정 회장은 축구 인프라 구축과 대표팀 경기력 향상에 집중해 2002년 한국의 ‘4강 신화’를 이룬 실질적인 ‘영웅’이다. 곽 회장도 유명 프로구단을 소유하고 있고 전 세계 명문 프로팀들이 참가하는 대회를 개최하는 등 축구 발전에 큰 관심을 가지고 투자하고 있다.
하지만 모두가 회장 맘 같지 않다는 데 문제가 있다. 한 소장파 축구인은 “회장의 뜻을 제대로 이해하고 실행하는 사람이 드물다. 회장에게 그럴듯하게 설명하고 보여 주기 위한 행정만 펼치고 있는 게 한국의 현실”이라고 말했다. 협회나 연맹 모두 마찬가지다. 한 축구인은 “협회나 연맹의 간부들은 축구를 자신들의 밥벌이 수단으로밖에 생각하지 않는다”고 비난한다.
●축구에도 CEO가 필요하다
“어차피 제대로 된 성과를 내기 위해선 어느 정도의 기업 논리가 불가피하다. 기업들은 전문 CEO를 영입해 이익을 추구한다. 축구도 마찬가지다. 축구 발전이란 대명제에 다양한 목표를 제시하고 주기적으로 그에 대해 평가를 할 필요가 있다.”
축구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회장은 큰 그림만 그려 주고 실무 책임자를 축구 CEO로 앉혀야 한다는 말이다. 선진국형 유소년시스템화, 지도자 교육 강화, 유럽형 K리그를 위한 노력…. 한국축구의 문제점과 대책은 무수한데 이를 취사선택해 실질적으로 어떻게 실행해야 하는지 협회나 연맹 책임자들은 모르고 있다.
특히 프로연맹은 K리그가 한국축구의 젖줄이 되도록 정책을 마련해야 하는데 각 구단의 입김에 좌우돼 늘 구단 눈치만 보고 있다. K리그가 출범 10년이 뒤진 J리그에 현저히 뒤처지는 이유다. “지금 상태론 K리그는 거스 히딩크 감독이 지적했듯 언제까지나 ‘걸어 다니는 리그’가 될 수밖에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한국축구 시스템을 바꿔라
유소년부터 프로나 대표팀까지 자연스럽게 이어질 수 있는 시스템. 소수의 엘리트 선수를 양성하는 시스템이 아닌 즐기는 축구문화 속에서 자연스럽게 엘리트 선수가 나오는 시스템. 전문 CEO가 시급히 해야 할 과제다. 이게 해결되지 않는다면 월드컵이 열리는 4년을 주기로 ‘한국축구의 문제점’은 반복될 것이다. 월드컵은 4년마다 열리지만 한국축구는 영원하다. 풀뿌리 축구를 키울 시스템이 중요한 이유다. 이 점에서 시스템을 만들 CEO의 필요성은 더욱 절실하다.-끝-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