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K리그 자해사건’… 제주, 포항전 거부 기권패

입력 | 2006-07-17 03:00:00


한국축구의 텃밭이 되어야 할 프로축구 K리그가 구단들의 무책임한 행동으로 망가지고 있다.

한국프로축구연맹은 16일 오후 5시 포항 송라구장에서 열기로 한 포항 스틸러스-제주 유나이티드의 프로축구 삼성하우젠컵 2006 경기를 취소하고 경기를 거부한 제주의 기권패(0-2 패)로 처리했다.

이는 ‘공식 경기 개최 거부 또는 속행 거부 등 어느 한 팀의 귀책사유로 인하여 개최 불능 또는 중지됐을 경우 귀책사유가 있는 팀이 0-2로 패배한 것으로 한다’는 프로축구연맹 경기·심판규정 제31조(패자로 인정되는 경우)에 따른 것이다.

연맹은 이번 사태와 관련해 18일 오후 2시 긴급이사회를 열기로 했다.

한국 프로축구 사상 기권 또는 몰수 경기 사례는 이번이 다섯 번째다.

프로축구연맹은 경북, 포항 지역 건설노조원들의 포스코 본사 건물 점거농성으로 본사 안에 위치한 포항전용구장에서의 경기 개최가 힘들어지자 당초 15일로 예정됐던 경기를 하루 순연했고 경기장도 송라구장으로 변경했다. 문제는 송라구장에 야간 조명시설이 없다는 것. 이에 따라 연맹은 경기 시간을 오후 7시에서 오후 5시로 변경했다. 연맹의 김학기 경기감독관은 이날 낮 12시 40분경 이런 사실을 양 구단에 통보했다.

하지만 원정 팀인 제주는 ‘선수단이 오후 7시로 정해진 경기 시간에 리듬을 맞춰놓았는데 연맹이 일방적으로 시간을 바꿨다’며 경기를 거부하고 제주로 돌아갔다. 정순기 제주 단장은 “경기 당일 낮 12시가 지나서야 시간이 바뀐 걸 알았다”고 말했다. 정 단장은 “코칭스태프와 상의해 경기를 포기하는 게 좋겠다는 판단을 했다”며 “연맹과 상의해 포항 인근 지역 구장을 알아봤고 경기를 또 연기하는 것을 검토했지만 모두가 불가능해 부득이 오늘 경기를 포기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결국 이날 경기장을 찾은 200여 명의 팬은 실망 속에 발길을 돌려야 했다. 지난 12일에는 FC서울-포항 스틸러스의 FA(축구협회)컵 16강전이 구단의 무책임으로 경기 한 시간 전에야 취소된 바 있다.

연이은 경기 취소 사태는 점점 더 팬들을 프로축구 경기장에서 멀어지게 하고 있다.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