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만나서 반갑네.”
소련인이 미국인에게 말했다. 미국 우주선 아폴로 18호의 선장 토머스 스태퍼드가 소련 우주선 소유스 19호에 옮겨 탔을 때였다.
1975년 7월 17일 미소 우주선이 도킹했다. 최초의 국제협력 우주 실험이었다. 양국 비행사 5명은 상대국에서 도킹에 필요한 훈련을 받은 터라, 우주에서 만났을 때 이미 아는 사이였다. 소유스의 선장 알렉세이 레오노프는 스태퍼드에게 통조림 보르시(보드카를 넣어 끓인 러시아식 수프)를 건네면서 “러시아 전통에 따라 일하기 전에 술을 마셔야 한다”고 말했다.
아폴로-소유스 시험계획(ASTP)은 1972년 5월 미국의 리처드 닉슨 대통령이 옛 소련을 방문해 알렉세이 코시긴 총리를 만나면서 이뤄졌다. 우주에서 사고가 일어났을 때 구조 활동이 필요하다는 게 표면적인 이유였다. 가팔랐던 냉전시대에 양국 대표가 나서서 긴장 완화 무드를 조성한 것처럼 보였다.
그렇지만 이면에는 우주탐험의 라이벌이었던 양국이 서로의 로켓 기술을 파악하려는 속셈도 있었다.
도킹은 단순히 서로의 우주선을 끼워 맞추는 일이 아니었다. 양국 우주비행사들은 다른 공기를 호흡하고 있었다. 이데올로기 얘기가 아니다. 미국 승무원은 정상 기압의 3분의 1인 저기압 상태에서 순수 산소를, 옛 소련 승무원들은 정상 기압에서 지상의 공기와 같은 질소와 산소로 배합된 공기를 호흡했다. 양국 우주비행사들이 서로의 우주선으로 곧바로 들어가면 몸에 이상이 오기 때문에, 도킹하려면 서로의 기압에 적응할 수 있는 완충장치가 필요했다.
도킹한 지점은 포르투갈에서 1150km 떨어진 대서양 상공, 스태퍼드 선장과 레오노프 선장이 악수했을 때 지나던 곳은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상공이었다. 스태퍼드 선장은 완충장치에서 시간을 보낸 뒤 도킹 3시간 만에 소유스에 올라탈 수 있었다.
양국 우주비행사들은 이틀간 공동생활을 하면서 인공일식 등 우주 실험을 했다. 실험을 마치고 헤어질 무렵 기념 메달을 교환하면서 우정을 약속했다.
양국 비행사들은 지난해 7월에야 다시 만날 수 있었다. 미국 우주왕복선 디스커버리호의 무사 귀환을 기원하면서 마련된 자리였다.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다시 만난 이들의 말처럼 “당시 실험은 기술적인 목적과 정치적인 과제를 한꺼번에 안고 있었던 것”이었다.
우주에서 만나는 데는 3시간이 걸렸지만, 그때 했던 “다시 만나서 반갑네”라는 인사를 다시 하는 데는 30년이 걸렸다.
김지영 기자 kimj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