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일본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안 채택에 따라 북한의 미사일, 대량살상무기(WMD)와 관련된 수출 및 수입을 더욱 강하게 통제하는 등 대북 압박을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북한이 어떻게 대응할지를 상황별로 들여다본다.
▽추가 발사 땐 파국=북한이 당분간 안보리가 촉구한 대로 ‘전제 조건 없이 6자회담에 즉시 복귀’할 가능성은 극히 낮다. 안보리 결의안에 대해 북한이 신속하고 격렬하게 ‘전적인 거부’ 반응을 보였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북한이 미사일 추가 발사나 핵 실험 등으로 국제사회를 자극할지도 모른다는 관측이 나온다.
북한 외무성은 16일 성명을 통해 “세상이 변한다고 해서 우리의 원칙도 변할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그것은 개꿈”이라며 “압력을 가하면 강경한 물리적 조치를 취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안보리 결의안에 상관하지 않고 ‘내 갈 길을 가겠다’는 것이다.
북한이 이번 주 해외공관장회의를 여는 목적도 미국 일본의 압박과 안보리 결의에 강경 대응 조치를 논의하기 위한 것일 가능성이 있다.
북한이 만일 미사일 추가 발사나 핵 실험 등을 감행할 경우 사태는 걷잡을 수 없게 번질 것이 불을 보듯 뻔하다. 미국과 일본은 새로운 유엔 결의안 채택 등을 통해 좀 더 전면적인 대북 경제제재를 즉각 단행하고, 군사 조치까지 검토할 가능성이 높다.
특히 일본은 화물여객선 만경봉호의 입항금지 기간을 6개월에서 더 연장시키는 것을 비롯해 개정외환법에 근거한 대북 송금, 수출입 무역 중단 등 강력한 제재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이번 안보리 결의안 논의 과정에서 북한을 설득하는 데 실패해 체면을 구긴 중국도 북한을 더는 감싸기 어려울 것이다.
북한으로서도 최악의 상황을 예견할 수 있기 때문에 미사일 추가 발사나 핵 실험을 강행하지는 못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말로만 강경 대응해도 미일은 압박=안보리가 포괄적인 경제제재 조치를 추진하고 군사 조치까지 검토하면 북한도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북한이 말로는 강경 대응 방침을 밝히되 이를 행동으로 옮기지는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그렇다 해도 북한이 느낄 부담은 작지 않다. 미국과 일본은 일단 이번 안보리 결의안에 따른 대북 압박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에 치명적인 타격을 줄 수 있는 것은 결의안 중 북한이 미사일 또는 WMD 관련 물자 자재 상품 기술의 수출을 통해 얻는 이익을 막는 대목이다. 미국과 일본이 북한의 대외 교역 중 미사일 또는 WMD 관련 수출로 조금이라도 의심되는 활동을 일일이 문제 삼아 그와 연관된 금융제재 조치를 취하면 북한의 대외 경제가 사실상 마비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 금융시장의 속성상 일단 한 분야에서 시작된 금융제재 조치의 파급효과가 다른 분야로까지 쉽게 확산되기 때문에 북한이 큰 타격을 받을 것이란 관측이다.
미국과 일본은 또 북한을 뺀 5자회담을 개최해 북한을 구석으로 몰면서 새로운 대북 압박 수단을 강구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한국도 경제제재 등 실질적 대북 제재는 부담스러워하지만 5자회담 개최에는 동의해 중국의 회담 참여를 설득 중이다.
5자회담에 반대했던 중국도 최근 회담 개최 문제를 검토하기 시작한 것으로 전해졌다.
▽‘제3의 조치’ 가능성=일각에선 북한이 미사일 추가 발사나 핵실험 수준까지는 아니더라도 자존심을 세우기 위해 ‘제3의 조치’를 취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예를 들면 장기간 대포동2호 미사일 발사 준비를 진행하면서 미국과 일본의 반응을 떠보는 것이다. 발사 준비를 하면서 미사일 추진체에 탄두를 장착해 국제사회의 위기의식을 고조시키는 전형적인 ‘벼랑 끝 전술’을 펼 수도 있다.
북한이 국제사회의 요구대로 6자회담에 복귀하지 않는 한 미국 일본 등은 대북 압박 수준을 단계적으로 높여나갈 것이기 때문에 한반도 정세는 악화될 수밖에 없다. 이제 공은 북한으로 넘어간 셈이다.
이명건 기자 gun43@donga.com
도쿄=서영아 특파원 sy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