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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한대 맞았다고 상대 집 박살내나”

입력 | 2006-07-17 03:00:00


레바논과 가자지구에 대한 이스라엘의 대규모 군사공격이 국제사회의 거센 비난을 사고 있다. 앞서 이스라엘 군인 3명을 납치한 무장세력 하마스나 헤즈볼라가 이번 사태를 촉발시킨 책임이 있지만, 이스라엘의 강경 대응 방식에 오히려 비난의 초점이 맞춰지고 있는 것이다.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은 이스라엘에 대해 “군사력을 불균형적(disproportionate)으로 사용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도 15일 이스라엘을 비난하며 “군사력의 사용은 균형적(balanced)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이스라엘이 비난 대상이 되는 이유는 ‘비례의 원칙(principle of proportion-ality)’이라는 국제법 원칙을 위반했기 때문이라고 유엔 관계자와 전문가들은 설명한다. ‘비례의 원칙’이란 ‘모든 국가가 자위 차원에서 무력을 사용할 수 있으나, 이는 권리의 침해 수준에 비례하는 무력일 때만 정당화될 수 있다’는 원칙.

1907년 헤이그 협약에서 유래한 이 원칙은 일부 국제법 문서에 직간접적으로 인용됐고, 국제사법재판소(ICJ)의 각종 판례에 반영돼 이젠 국제 관습법의 하나로 굳어졌다고 전문가들은 설명한다.

이스라엘이 자위(自衛)권과 자국민 보호 의무라는 이유를 들고 있지만 전면 공세로 교량과 발전소 등 주요 시설을 무차별적으로 파괴하는 행위는 결국 ‘과잉 대응’이라는 것이다.

특히 이스라엘은 가자지구의 유일한 발전소를 파괴해 130만 팔레스타인 인구의 절반에 전력 공급을 중단시켜 유럽 국가들로부터도 비난을 받고 있다고 미국 외교협회(CFR)는 설명했다.

마이클 뉴턴 밴더빌트 법과대학원 교수는 “비례의 원칙은 늘 해석과 맥락의 문제에 부닥치는 주관적 문제이지만, 누군가 자기 코를 때린다고 해서 상대방의 집을 깡그리 불태우지는 않는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더군다나 이 과정에서 민간인들이 희생된 것은 1949년 제네바협약 등 인도주의와 관련된 각종 국제법을 위반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제네바 협약은 비(非)군사시설에 대한 공격과 민간인들을 의도적으로 집단 처벌하는 보복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이철희 기자 klimt@donga.com

▼이軍, 레바논 피란민 공격 16명 사망▼

레바논 공격을 확대하고 있는 이스라엘은 장기전 가능성을 경고했다. 외교적 해결의 기미는 보이지 않고 있다.

이스라엘은 15일 레바논 북부의 해안 레이더 기지를 공습한 데 이어 16일 베이루트 근교 남부를 폭격했다.

주말 최악의 인명피해는 15일 이스라엘과 접경한 레바논 마을 마르와힌에서 발생했다. 이스라엘 무장헬기는 피란길에 오른 민간인 차량 2대에 미사일을 발사했다. 어린이 9명을 포함해 16명이 사망했다.

이스라엘 군은 성명을 통해 “헤즈볼라가 미사일 발사 기지로 활용하는 곳을 공격하려 했다”며 민간인 희생자 발생에 유감을 표했다.

이에 맞서 헤즈볼라는 16일 이스라엘 하이파에 로켓 공격을 퍼부어 주민 9명이 숨지고 수십 명이 부상했다.

▽이스라엘 장기전 경고=이스라엘은 ‘사태 발생 전으로 돌아가는 것은 무의미하다’며 장기전 가능성을 시사했다.

마크 레게브 이스라엘 외교부 대변인은 “이스라엘의 군사적 목표는 레바논 남부에서 이스라엘을 공격할 수 없는 곳으로 헤즈볼라를 몰아내는 것이며, 정치적 목표는 2년 전 채택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안대로 레바논 정부가 남부를 장악해 헤즈볼라의 무장해제를 이뤄내는 것”이라고 밝혔다.

▽해결 열쇠 쥔 시리아=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시리아가 사태 해결의 열쇠를 쥐고 있다’는 입장. 부시 대통령은 “이번 싸움은 헤즈볼라가 이스라엘 군인 2명을 납치하고 로켓 공격을 했기 때문에 일어난 것”이라며 “헤즈볼라가 공격을 중단하도록 시리아가 영향력을 행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헤즈볼라의 폭력과 납치 행위는 용납할 수 없지만 이스라엘의 대응방식은 현저히 균형을 잃은 것”이라고 비판했다.

▽레바논 거주 외국인 대피=외국인들의 탈출 행렬도 이어지고 있다. 15일 이탈리아인 400여 명이 탄 차량 행렬이 베이루트를 떠났다. 영국은 자국민 1만여 명을 지원하기 위해 해군 선박 2척을 중동지역으로 급파했다.

미 국무부는 레바논에 있는 자국민 2만5000여 명을 키프로스로 이동시키는 방안을 국방부와 논의하고 있다.

▽유가 최고가 행진=14일 미국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8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중질유(WTI)는 전날에 비해 0.33달러(0.4%)가 오른 배럴당 77.03달러에서 거래를 마치며 심리적 지지선인 배럴당 80달러에 바짝 다가섰다.

런던 ICE 선물거래시장의 8월 인도분 북해산 브렌트유도 사상 최고인 배럴당 78.03달러까지 올랐다가 전날에 비해 0.58달러(0.8%) 상승한 77.27달러에서 거래를 마감했다.

이에 따라 휘발유와 경유의 국내 판매가격도 사상 최고 수준을 달리고 있다.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이달 10∼14일 휘발유 평균가격은 L당 1544.00원으로 사상 최고가격인 1544.47원에 근접했다.

송평인 기자 pisong@donga.com

김선우 기자 sublime@donga.com

▼지도자 나스랄라는…아들 전사했을때도 태연▼

헤즈볼라 지도자인 셰이크 하산 나스랄라(45·사진). 그는 1997년 9월 13일 당시 18세이던 아들 하디가 이스라엘과 싸우다 죽었을 때도 연설 일정을 바꾸지 않았다.

그는 눈물을 흘리는 대신 “오늘 아들이 죽었다”고 운을 뗀 뒤 “이제 아들을 잃은 다른 부모의 눈을 부끄럼 없이 쳐다볼 수 있게 돼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그의 연설은 많은 레바논인의 마음을 움직였다. 당시 레바논의 다른 이슬람 지도자들은 자녀를 안전한 유럽으로 보내는 것이 관례였는데 그는 달랐던 것이다.

나스랄라는 1992년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아바스 알 무사위와 그의 가족들이 암살된 뒤 헤즈볼라 최고지도자로 선출됐다. 카리스마를 갖춘 데다 협상능력도 뛰어나고 유머감각을 잃지 않는 연설가로도 알려졌다. 그러나 이스라엘에는 유대인 대학살(홀로코스트) 당시 600만 명을 살해한 아돌프 히틀러와 같은 악독한 인물로 여겨지고 있다.

나스랄라는 “우리는 하이파까지, 그 너머까지 쏠 수 있다”고 장담해 왔다. 12일 이스라엘과의 충돌이 시작된 이후 헤즈볼라는 구식 카추샤 로켓을 쏘는데 그쳐 왔던 종래 대응 차원을 넘어 놀랍게도 16일에는 이스라엘 제3의 도시인 하이파에 미사일을 발사했다. 군사전문지 ‘제인스 디펜스 위클리’는 헤즈볼라가 텔아비브를 사거리 내에 둔 미사일 100기를 보유하고 있다고 봤다.

이스라엘은 이날 하이파를 강타한 헤즈볼라의 로켓 가운데 4발 이상이 이란제 미사일로 밝혀졌다고 주장했다.

송평인 기자 pi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