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빌&멜린다 게이츠재단’에 310억 달러(약 31조 원)를 기부해 화제가 된 미국의 거부 워런 버핏(75·사진)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이 ‘상속세 논란’에 휩싸였다.
버핏 회장은 기부 계획을 발표하면서 “상속세 폐지 주장은 혐오스러운 행위”라고 규정했다. 그는 “상속세는 매우 공정한 세금이며 ‘세습 왕조적 부(富)’가 만들어져선 안 된다”고도 했다.
상속세 폐지는 조지 W 부시 미 행정부가 줄기차게 추진해 온 정책. 2001년 감세 법안에 따라 상속세는 서서히 줄어 2010년 완전 폐지된 뒤 2011년 부활된다. 새 법이 마련되지 않으면 2011년 최고 55%의 상속세가 되살아나는 것.
부시 행정부나 보수 그룹에 버핏 회장의 상속세 옹호론이 달가울 리 없다.
보수적 싱크탱크 헤리티지재단의 에드윈 퓰러 이사장은 재단 웹 사이트에서 “버핏 회장이 재산을 기부한 이유가 자선 한 가지만이 아닌 것이 분명하다”고 주장했다. 상속세 회피가 또 다른 이유라는 것.
그는 버핏 회장이 ‘나의 기부가 과세 대상이 되어선 안 된다’고 언급한 대목을 들어 “아이로니컬하게도 버핏 회장은 상속세를 회피하면서 상속세를 옹호하고 있다”고 비꼬았다.
이어 그는 “버핏 회장의 행동은 위선적이지만 이해가 된다”며 상속세 영구 폐지론을 펼쳤다. ‘(상속세가 없는) 2010년에 맞춰 죽는 게 상책’이라는 식의 주장도 나오는 현실에서 이런 모순을 피하는 방법은 영원히 상속세를 폐지하는 것이라는 주장이다.
이철희 기자 klim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