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에 잠긴 한강시민공원16일 중부지방에 내린 폭우로 한강이 범람해 서울 잠실, 여의도지구 등 한강시민공원 12개 지구가 4년 만에 모두 물에 잠겼다. 한강시민공원 이촌지구의 가로수들이 불어난 물에 잠겨 나뭇가지 윗부분만 간신히 드러내고 있다. 이훈구 기자
여주대교 통행금지남한강 상류지역의 집중호우로 16일 오후 10시 남한강 여주대교의 수위가 위험수위인 9.5m를 넘어 9.76m에 이르렀다. 여주대교 수위가 10m가 넘을 것을 대비해 경찰은 이날 오후 6시 15분부터 통행을 전면 금지했다. 여주=연합뉴스
“충주댐 방류를 줄이거나 팔당댐 방류량을 늘리지 않으면 여주 사람들 다 죽어요.”
16일 오후 4시 남한강 여주대교 수위가 9.43m를 기록하며 홍수경보가 발령된 경기 여주군은 다급한 상황에 빠졌다. 상류의 충주댐에서는 방류량을 늘려 오후 9시 초당 7500여 t씩 쏟아져 내려오고 하류인 팔당에서는 방류량이 크게 늘지 않은 때문이었다.
이날 여주대교 수위는 오후 8시 9.63m, 8시 반 9.73m, 9시 반 9.69m로 계속해서 둑 높이 11m에 육박했다.
여주대교는 이날 오후 6시 15분부터 통행이 금지됐고, 오후 7시 14분부터는 저지대인 여주읍 상리, 하리, 홍문리 일대 5930가구 1만7120여 명에게 대피 권고 방송이 시작됐다.
일부 주민은 안내 방송에 따라 여주대, 여주중학교, 여주체육관 등 미리 마련된 9개 대피소로 대피했으며 경찰과 소방대원은 거동이 불편한 노약자와 장애인을 찾아다니며 대피소로 이동시키고 있다.
남한강과 연결되는 소하천들이 잇따라 범람하면서 여주 일대 농경지 7600ha가 침수됐다.
충주댐은 당초 초당 1만700t까지 방류량을 늘릴 계획이었으나 초당 7000t 수준을 유지하기로 해 홍수 위험이 다소 줄었다. 그러나 주민들은 언제 둑이 넘칠지 모른다며 강가에 몰려나와 넘실거리는 강물을 바라보며 뜬눈으로 밤을 지새우는 등 불안감을 감추지 못했다.
이원호(55·여주읍 하리) 씨는 “팔당댐에서 서울을 지킨다며 물을 많이 내보내지 않아 큰비가 내릴 때마다 여주군만 위험에 노출됐다”고 말했다.
김포시는 200mm가 넘는 집중호우가 내린 고촌면 일대 5000여 가구 1만3270여 명의 주민에게 16일 오후 8시 대피 권고 방송을 했다.
한강 상류에서의 유입량이 줄지 않는 데다 인천 서구와 김포를 가로지르는 나진포천이 오후 9시경 서해안 만조 시간과 겹치면서 수위가 상승하기 시작해 긴장감이 감돌기도 했다.
김포시는 김포대교 인근의 제방 수위가 이날 밤 12시 9.5m에 이를 것으로 내다보고 권고 방송을 실시했으나 제방 높이 11m를 넘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김포 일대는 농경지 1117ha가 침수됐다.
이날 낮 12시 반경에는 고양시 덕양구 행주동 한강변 자연제방으로 강물이 넘치면서 식당 5곳과 행주산성에서 행주대교로 이어지는 도로 2곳이 침수됐다. 고양시는 공무원 30여 명을 동원해 인근 주민들에게 한강이 범람할 경우 행주초등학교로 대피하라고 안내했다.
이날 오후 8시 현재 경기도에서는 여주 285mm, 가평 313mm, 양평 324.5mm, 하남 300.5mm 등 동부지역을 중심으로 집중호우가 내려 사망 1명, 실종 1명, 부상 4명 등 6명의 인명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공식 집계됐다.
여주=남경현 기자 bibulus@donga.com
고양=이동영 기자 argus@donga.com
차준호 기자 run-jun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