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입은 했지만…15일 새벽 경북 포항시 남구 괴동동 포스코 본사에 진입한 경찰들이 이곳을 점거하고 있는 포항지역 건설노조원들이 두고 간 쇠파이프들을 수거하고 있다. 건설노조원들은 16일 포스코 본사 4∼12층에서 점거농성을 계속했다. 포항=연합뉴스
경북 포항지역 전문건설노조원들의 파업과 포스코 본사 점거 사태로 포스코의 피해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포스코 측은 공장 건설이 지연되고 본사 업무가 마비되면서 대외 신인도 하락까지 우려하고 있다.
16일 포스코에 따르면 지난달 29일부터 시작된 전문건설노조의 파업으로 파이넥스 공장을 비롯해 24개 기계 설비 건설이 중단되면서 하루 100억여 원씩, 이날 현재 1000억 원이 넘는 피해를 보았다. 본사 업무 중단으로 인한 피해 규모는 정확히 산정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포스코 측은 “생산 판매를 제외한 계약, 설비, 구매, 인사 등의 업무가 13일 오후부터 완전 중단됐다”며 “휴일에도 급히 업무를 처리해야 하는 직원들은 연구관 등에 뿔뿔이 흩어져 임시로 자리를 마련하거나 휴대전화로 통화하며 일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밝혔다.
포스코는 이 중에서도 파이넥스 공장 건설이 지연되는 점을 가장 우려하고 있다.
파이넥스는 포스코가 개발한 신개념 제철기법으로, 기존의 고로(高爐) 방식보다 투자비는 20%가량 적게 들이면서 에너지 효율은 10% 정도 높여 쇳물을 뽑아낼 수 있다.
포스코는 연간 생산량 150만 t 규모의 파이넥스 공장을 올해 말 준공해 내년 초 상업 생산을 시작할 예정이다. 내년에 착공하는 인도 제철소에도 파이넥스 공법을 적용하기로 했다.
포스코 측은 “파이넥스로(爐)의 상업 생산 성공 여부는 세계 철강업계가 주목하고 있는 사안”이라며 “상업 생산이 예정보다 늦어지면 대외 신인도에 큰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일촉즉발…경찰 15일 새벽에 이어 어젯밤 재진입▼
경찰이 경북 포항시 남구 괴동동 포스코 본사 건물을 점거한 채 농성 중인 포항지역 전문건설노조원들을 해산시키기 위해 15일 새벽에 이어 16일 밤 다시 진압대원들을 투입했다.
경북지방경찰청 소속 진압대원들은 이날 밤 11시경 전문건설노조원들이 점거하고 있는 5층 이상으로 진입을 시도하다 쇠파이프 등으로 맞서는 노조원들과 충돌했고 이 과정에서 일부 경찰관과 노조원이 다쳤다.
경찰은 16일 노조의 자진해산을 요구하는 최후통첩을 노조 지도부에 보냈지만 노조는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무리한 진압은 하지 않는다는 게 원칙이지만 그렇다고 무작정 불법 점거농성을 방관할 수도 없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경찰은 15일 새벽 경찰력을 건물 안 4층까지 진입시켰으나 5∼12층을 점거한 노조원들이 출입문과 계단을 막아 강제해산에 실패했다.
대치상황이 이어지면서 노조원 중에는 탈진환자 등도 발생했다.
한편 노사협상은 별다른 진전이 없어 장기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
노사 양측은 휴일제를 둘러싸고 가장 큰 의견 차이를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는 “주5일 근무제에 따라 당연히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반면 사측은 “토요유급휴일을 도입하면 회사가 망한다”며 팽팽히 맞서고 있다.
포스코 본사 밖에는 점거농성을 지지하거나 반대하는 집회도 벌어졌다.
전문건설노조원 1000여 명은 민주노동당 단병호 의원이 참가한 가운데 16일 오후 포스코 부근 형산로터리에서 “공권력이 포항건설노조를 탄압하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거리행진을 시도하다 경찰과 충돌해 100여 명이 다쳤다. 부상자 가운데 노조원 1명과 전경 1명은 중상이다.
반면 포스코 본사 주변에서는 포항상공회의소 등 포항지역 30여 개 단체 2000여 명이 모여 ‘포항경제살리기 범시민 궐기대회’를 열었다. 이들은 성명을 통해 “이번 사태로 포항 경제가 위축되고 지역 이미지가 큰 타격을 입고 있다”며 “노사가 조금씩 양보해 빨리 해결할 것”을 촉구했다.
포항=이권효 기자 boria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