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 정보전달기능 핵심과정 규명▼
한국 과학자들이 참여한 2개 연구팀이 뇌의 정보 전달기능을 설명하는 핵심 과정을 잇달아 밝혀냈다.
미국 록펠러대 김용(36) 박사와 포스텍 생명과학과 류성호(50) 교수가 참여한 국제 공동연구팀은 16일 “뇌 안에서 정보처리 과정을 수행하는 부위인 시냅스의 형성과 기능에 영향을 미치는 신경세포 돌기의 조절 메커니즘을 규명했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결과는 영국의 과학저널 ‘네이처’지 이 날짜 인터넷판에 실렸다.
두뇌에서 정보 전달이 이뤄지는 신경세포의 수상돌기는 액틴이란 단백질로 구성돼 있다.
연구팀은 액틴 생성을 조절하는 ‘WAVE1’이라는 단백질에 인산(燐酸)이 붙으면 액틴 생성을 방해해 돌기 형성이 억제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김 박사는 “쥐의 뇌 세포 실험 결과 WAVE1에서 인산을 떼어내자 신경세포 수상돌기 성장이 촉진됐다”며 “뇌에서의 정보 교환 과정과 뇌 질환의 원인을 규명하는 새로운 근거를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또 미국 아이오와주립대 생화학 생물리학과 신연균(46) 교수팀은 뇌 기능 조절 신경전달물질이 드나드는 세포막을 열고 닫는 칼슘의 작동 메커니즘을 처음 규명했다.
세포막을 조절하는 칼슘의 구체적인 역할이 밝혀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연구결과는 네이처의 자매지인 ‘네이처 스트럭처 앤드 몰리큘러 바이올로지’ 인터넷판에 발표됐다.
신 교수팀은 박테리아로 만든 표본으로 실험한 결과, 신경 세포막을 조절하는 ‘컴플렉신’이라는 단백질은 칼슘과 ‘시냅토태그민’이라는 단백질이 반응할 때 활성화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신 교수는 “마치 할인점 점장(칼슘과 시냅토태그민)이 개장 시간에 맞춰 직원(컴플렉신)에게 문을 열 것을 지시하는 것과 같은 이치”라며 “1만분의 1초 만에 일어나는 세포막 조절 과정을 재현하는 것이 다음 연구 목표”라고 말했다.
▼세포 증식 조절하는 새 단백질 발견▼
암세포를 포함해 세포의 증식과 분화를 조절하는 새로운 단백질을 국내 연구진이 발견했다.
포스텍 생명과학과 김경태(49) 교수와 박사과정 강태홍(31) 씨 연구팀은 16일 “몸 안에서 화학반응을 촉진하는 ‘VRK3’라는 단백질이 세포의 분화와 증식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영국의 과학저널 ‘네이처 셀바이올로지’ 이 날짜 온라인판에 소개됐다.
몸 안의 세포들은 외부 자극이나 호르몬 같은 다양한 신호전달 단백질들에 의해 증식되거나 쪼개져 수가 늘어난다.
신호전달 단백질 중의 하나인 ‘MAPK’는 세포의 성장 분화 사멸 등 거의 모든 생리현상에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MAPK 작용을 조절하는 구체적인 메커니즘은 밝혀지지 않았다.
연구팀은 ‘VRK3’라는 단백질이 ‘MAPK’에 인산(燐酸)이 달라붙는 것을 억제하면 세포 분화와 증식이 촉진된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알아냈다.
김 교수는 “VRK3의 양으로 MAPK에 인산이 달라붙는 양을 조절할 수 있다는 사실도 함께 밝혀냈다”며 “비정상적으로 분화하는 암 세포를 억제하는 항암제 개발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박근태 동아사이언스기자 kunt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