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녀는 숨이 차도록 달려본 적도, 수영을 즐겨본 적도 없다. 선천성 심장질환 때문이다.
미국 캘리포니아 주 샌디에이고에 사는 맥 클라인(14)은 평지에서 호흡을 하는 것도 '보통 사람이 에베레스트 산 꼭대기에서 숨쉬는' 만큼이나 힘들다. 혈중 산소량이 일반인보다 훨씬 적기 때문이다.
골프와의 인연도 그래서 시작됐다. 골프는 걸으면서 즐길 수 있는 유일한 스포츠였다.
16일자 로스앤젤레스 타임스는 수술을 연기하고 휴대용 산소 호흡기를 착용한 채, 어쩌면 마지막일 수도 있는 경기에 참가하게 된 이 골프 소녀의 이야기를 소개했다.
클라인은 두 살이 되기도 전에 두 차례나 심장수술을 받았다. 부모는 딸이 남들과 어울려 운동을 하지 못하는 것을 안타깝게 여긴 나머지 장난감 골프채를 선물했다. 클라인은 골프에 곧 천부적인 소질을 보였다. 지금은 미 아마추어 여자 골프 14세 부문에서 수위를 달리고 있다.
그러나 6개월 전부터 그의 심장에 다시 이상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9홀을 끝낸 뒤엔 기진맥진해졌고, 18홀이 다 끝났을 때에는 어지럽고 손이 풀려 울음을 터뜨렸다.
정확한 원인을 파악하지 못한 의료진은 하루라도 빨리 상태를 파악할 수 있는 대수술을 권유했다.
그러나 클라인은 17~22일 노스캐롤라이나 주 샬럿에서 열리는 미국 여자주니어선수권대회와 다음 달에 열리는 미국 여자아마추어선수권대회까지만 기다려 달라고 애원했다. 수술 후 다시 골프채를 잡을 수 있을지 누구도 확신할 수 없기 때문이었다.
클라인은 "수술 후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는 사실이 두려웠다"며 "꿈을 이룰 기회가 지금 눈앞에 있다. 그 꿈을 꼭 잡고 싶다"고 간청했다. 결국 의료진과 대회 관계자들의 동의를 얻어냈다.
가빠질 호흡을 안정시키기 위해 클라인은 휴대용 산소 호흡기를 달고 경기에 임할 예정이다.
두 대회에서 클라인과 호흡을 맞추게 된 캐디 몽고메리(45)씨는 말한다. "클라인은 골프를 하게 된 것이 행운이라고 말한다. 그렇지만 행운이라면 그녀를 만나게 된 '골프'가 오히려 더 행운이다"라고.
김정안 기자cred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