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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는 지금 ‘기업 모시기’ 전쟁]“웰컴! 간도 빼드립니다”

입력 | 2006-07-18 03:05:00


《싱가포르는 삼성전자에 따뜻한 ‘악수와 포옹’을 건넸다. 삼성전자로서는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삼성전자가 싱가포르에 최초로 짓는 반도체 공장 이야기다. 독일 질트로니크사(社)와 합작해 2008년 준공하는 이 공장은 당초 한국에 세워질 계획이었다. 그러나 열악한 국내 기업 환경 때문에 합작사의 반대에 부닥친 삼성전자는 결국 ‘싱가포르행’을 택했다.

▶본보 15일자 1면·17일자 13면 참조》

‘기업 하기 좋은 나라.’

최근 세계 각국이 추구하는 국가상(像)이다. 자국(自國)으로 기업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 각국이 내거는 인센티브는 파격에 가깝다. 기업이 들고 나는 데 발목을 잡는 불필요한 규제도 과감히 내던지고 있다.

○ 기업을 ‘모시는’ 외국의 노력

올해 초 기아자동차가 미국에 공장을 짓기로 결정하자 미 조지아 주와 미시시피 주는 이 공장을 유치하기 위해 치열하게 경합했다.

조지아 주는 기아차를 ‘모셔오면서’ △공장 용지 및 인프라 무상 제공 △고용창출 지원금 △교육훈련 지원 및 각종 세금 감면 등 4억1000만 달러의 인센티브를 약속했다. 비록 고배를 마셨지만 미시시피 주도 9억8310만 달러 규모의 인센티브를 제시해 화제가 됐다.

현대자동차가 지난해부터 공장을 가동하는 몽고메리 시는 외자(外資) 유치에 적극적인 지방자치단체의 모범이란 평가를 받고 있다.

몽고메리 시는 현대차 주재 직원을 위한 전담 공무원을 파견해 운전면허 취득, 주택 임차, 영어교육, 자녀들의 학교 입학 등을 도맡아 처리했다. 현대차의 요청에 따라 공장 앞 도로 이름도 ‘현대대로(Hyundai Boulevard)’로 흔쾌히 바꿔줬다. 기아차 조지아 공장은 4500명, 현대차 앨라배마 공장은 8800명 등 모두 1만3300명의 현지 인력을 고용하게 된다.

○ 기업 하기 좋은 나라=국제 경쟁력 강화 지름길

2006년 국제경쟁력순위국가1미국2홍콩3싱가포르4아일랜드 19중국29인도32태국38한국자료: 국제경영개발원

이번에 삼성전자 합작법인 유치에 성공한 싱가포르는 ‘기업 하기 좋은 나라’로 꼽힌다.

리콴유(李光耀) 전 총리는 싱가포르를 ‘작은 주식회사’로 부르며 1960년대부터 외국 기업 유치에 나섰다. 싱가포르 경제개발청 공무원들은 ‘비즈니스맨’ 마인드로 무장했다. 현재 싱가포르에는 필립스 등 3000여 개 외국 기업의 지역 본부가 있다.

오태영 KOTRA 싱가포르 무역관 차장은 “싱가포르에도 규제는 많지만 기업 흐름을 막는 불필요한 규제는 찾아볼 수 없다”고 했다.

세계 각국은 ‘기업 하기 좋은 환경’을 국가 경쟁력 강화의 지름길로 삼고 글로벌 경쟁사회에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독일 내각은 최근 현행 39%인 법인세를 30% 이하로 감축하는 세법 개정안을 승인했다. 독일을 주변국에 비해 매력적인 투자처로 만들려는 취지였다.

외국 기업들이 몰려드는 ‘기업의 천국’ 미국도 1970년대 투자 감소로 맞게 된 경기 침체를 1980년대 구조조정과 규제 완화를 통해 극복했다. 일본은 기업 구조조정 관련 법 제도를 갖춰 외국 기업이 자유롭게 기업 규모를 조정할 수 있게 했다.

○ ‘도도한’ 코리아… 규제 많고 노사관계도 경직되고

그러나 한국의 상황은 크게 다르다.

레고, 모토로라, 화이자, 까르푸 등 유명 글로벌 기업들이 최근 몇 년 사이 한국에서의 사업을 접거나 축소했다.

최근 한국공학한림원 집담회(集談會)에 참석한 한 중견 기업 대표는 “한국은 더는 기업 하기 힘든 곳”이라고 잘라 말했다. 그는 “영어권 국가로 진출이 쉽고, ‘어서 옵쇼’라며 사업을 반기는 대만으로 국내 기업들이 ‘탈출’을 모색하고 있다”고 했다.

국내외 기업인들이 한국을 보는 시각은 한마디로 ‘규제 공화국’이다.

다국적 제약회사인 바스프의 카슨 해틀 인사부장은 “한국은 기업이 사업 규모를 줄이려 할 때마저 규제가 지나치다”면서 “유연하지 않은 노사관계도 선뜻 한국행 투자를 결정짓지 못하는 한 요인”이라고 말했다.

태미 오버비 주한미국상공회의소(AMCHAM) 대표는 “한국의 산업구조가 노동집약적 산업에서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전환하고 있다”며 “싱가포르나 일본 등 경쟁국과 차별화되는 투자의 매력 요소를 서둘러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주요 외국 기업의 한국 철수 사례기업시기내용네슬레2003년 9월서울사무소와 청주공장 등 직장 폐쇄레고2005년 7월이천공장 폐쇄

모토로라2005년 9월덕평공장 중국 이전화이자2006년 4월 서울 광장동 공장 철수까르푸2006년 4월사업 철수, 매각월마트2006년 5월사업 철수, 매각노키아2006년(예정)마산공장 일부 중국 및 인도로 이전소니2006년(예정)마산공장 가동 중단자료: 각 회사

김선미 기자 kimsunmi@donga.com

곽민영 기자 havefun@donga.com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