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증권 프라이빗뱅커(PB) 유지명 과장이 자산디자인 컨설팅을 신청한 고객에게 자산의 효율적인 운용방안을 설명하고 있다. 전영한 기자
《‘내 재산을 어떻게 굴려야 하나.’ 누구나 살아가면서 수시로 갖는 고민이다. 각자 처한 환경에 맞게 효율적인 자산운용을 강구해야 하지만 그게 어디 말처럼 쉬운 일인가. 돈을 어디에 맡겨야 할지, 부동산은 어떻게 관리해야 할지 등 자산 관리요령을 터득하기가 쉽지 않다. 원칙은 알아도 세부적으로 들어가면 더욱 복잡해진다. 이런 고민을 안고 있는 사람들을 위해 본보는 이번 주부터 매주 화요일 전문가들이 조언하는 ‘자산 디자인’ 시리즈를 6회에 걸쳐 소개한다. 삼성증권의 프라이빗뱅커(PB)들이 ‘자산클리닉센터’에 컨설팅을 의뢰한 고객들에 대한 포트폴리오 중 대표적인 것들을 소개한다.》
서울 은평구 역촌동의 2억 원짜리 단독주택에 살고 있는 이기환(가명·65), 박영신(가명·61·여) 씨 부부.
이들의 자산은 9억 원 정도다. 단독주택 외에 단기상품인 머니마켓펀드(MMF)에 2억 원 정도를 예치해 놓고 있다.
월 150만 원의 임대소득이 생기는 시가 5억 원가량의 상가도 갖고 있다.
부채는 상가 구입 시 은행 대출 1억 원과 임대 보증금 1억 원 등 총 2억 원이다.
외아들은 3년 전 결혼과 함께 분가(分家)시켰다.
삼성증권에 자산디자인을 의뢰한 이 씨는 한 달여 전 은퇴했다.
노부부는 지금 노후생활에 불안을 느낀다. 생활비를 거의 상가 임대소득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씨 부부는 MMF에 예치한 2억 원을 효율적으로 분산 투자해 월 50만 원 정도의 생활비를 더 벌었으면 한다. 갖고 있는 상가를 증여해야 할지, 아니면 상속해야 할지 조언도 듣고 싶다.
○‘노후에는 안정성을 먼저 따져야’
“아주 보수적이고 전형적인 케이스입니다.”
이 씨 부부를 상담한 삼성증권 명동지점의 유지명 PB는 “적극적인 자산운용보다 주어진 자산을 지켜 가려는 성향이 강하기 때문에 이분들에겐 안정성이 최우선적으로 고려돼야 한다”고 말했다.
유 PB는 “2억 원의 부채를 포함해 총자산이 9억 원이면 그리 많지 않은 편인 데다 부동산 비중은 총자산의 80%에 육박할 정도로 높다”며 “크게 변화를 주는 것보다 현금성 자산을 활용해 고정적인 월수입이 나올 수 있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최대한 보수적인 자산운용에 포커스를 맞춰 조언하겠다는 얘기다.
○연간 460만 원을 더 버는 방법
MMF에 예치해 놓은 2억 원의 현금 자산을 어떻게 활용해야 할까.
유 PB는 생활비로 월 50만 원을 더 벌 수 있는 방법으로 즉시연금보험을 제안했다. 즉시연금보험은 만 55세 이상 고객이 일시에 목돈을 예치하면, 이 자금을 활용해 다음 달부터 바로 연금수령이 가능하다.
MMF에 예치한 2억 원 가운데 1억 원을 즉시연금보험에 가입하면 그 다음 달부터 매월 50만 원을 받을 수 있어 노부부의 고민은 단숨에 해결된다.
유 PB는 “즉시연금보험에 가입한 1억 원을 제외한 나머지 1억 원으로는 ‘절세상품’을 활용하는 것이 좋다”고 권했다.
일단 이자소득세를 내지 않는 생계형 비과세 저축 제도를 활용하자. 만 60세 이상이면 누구나 가입할 수 있다. 한도는 1인당 3000만 원이니 부부가 6000만 원까지 들 수 있다.
유 PB는 생계형 비과세 저축의 투자목적 상품으로 해외 부동산펀드(4800만 원)와 MMF(1200만 원) 활용을 제안했다. 해외 부동산펀드는 연평균 6%의 수익률을 보이는 등 비교적 안정적인 상품이다(4800만 원 투자로 연간 288만 원 수익 기대).
1200만 원은 비상시에 대비해 수시 입출금이 가능한 MMF에 넣어두자. MMF 수익률이 연 3.8%이면 연간 45만6000원의 수익을 얻을 수 있다. 나머지 4000만 원은 절세상품인 세금우대저축(이자소득세 10.5%)에 가입한다.
마지막으로 보유하고 있는 상가는 상속이 나을까, 증여가 나을까.
유 PB는 “상속 시에 기본공제 5억 원, 배우자 공제 최대 30억 원 등 세액 공제혜택이 많아 세금이 거의 없는 반면 증여 시엔 증여세와 함께 양도소득세까지 내야 해 이 경우엔 총 700만 원 정도를 세금으로 부담해야 한다”며 상속하는 방안을 권했다.
김상수 기자 sso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