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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 양자회담’ 3國 3色…北 집착 , 美 거부, 韓 반대

입력 | 2006-07-18 03:05:00


북한 외무성은 16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채택한 대북 제재 결의안에 대한 성명을 통해 “미국이 조선(북한) 대 미국 사이의 문제를 조선 대 유엔 사이의 문제로 둔갑시켰다”고 주장했다.

핵이든 미사일 문제든 군사문제는 미국과의 양자협의를 통해 풀어야 한다는 것은 북한의 오랜 전략이다. 1953년 휴전협정에 서명한 당사자로서 북한과 미국만이 ‘전쟁과 평화 문제’를 논의할 수 있다는 논리다.

내부적으로도 북한의 ‘원쑤’를 한국이 아닌 ‘미제(美帝)’로 선전해 오면서 ‘북한의 상대는 미국’이라는 인식을 심어왔다. 갑자기 미국이 아닌 6자회담 참가국들과 안전 문제를 협의하는 상황은 내부적으로도 설득력이 약하다.

외교적으로도 대북 경제제재 해제를 비롯해 북한의 안보와 직결된 조치를 취할 수 있는 미국과 담판을 지어야 확실한 안전을 보장받고 얻을 것도 많다는 게 북한의 판단이다.

그러나 미국의 생각은 전혀 다르다. 북한은 1994년 10월 북-미 제네바 합의에서 핵 동결을 약속하고 나서 농축우라늄(HEU) 개발을 추진하는 등 수차례에 걸쳐 양자 간 합의를 파기한 전력(前歷)이 있는 만큼 양자협의는 신뢰할 수 없는 채널이라는 생각이 강하다. 조지 W 부시 행정부는 빌 클린턴 행정부의 북한과의 양자협의는 실패한 정책이라고 보고 있다.

특히 ‘김정일 정권=주민을 굶겨 죽이는 독재자’라는 생각을 갖고 있는 부시 대통령은 ‘북한과의 양자대화=나쁜 행동에 대한 보상’이라는 시각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미 제네바 합의 이후에도 대북 경수로 지원은 다른 나라에 떠넘겼던 미국이 북한과 양자협상을 할 경우 직접 지원해야 할지 모른다는 부담을 갖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은 북한이 6자회담에 복귀하면 6자회담 틀 안에서 양자회담을 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미국이 다자의 틀에 중국과 북한을 함께 묶어 두려고 한다는 시각도 있다. 류길재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미국은 6자회담을 통해 중국을 상대로 북한의 비정상적 행태를 관리할 것을 촉구하면서 중국에 부담을 주고 있다”고 분석했다.

한국 정부도 북-미 양자협상에 거부감을 갖고 있지만 그 배경은 미국과 전혀 다르다. 김영삼 정부 시절 북-미 직접 협상에서 한국의 어깨 너머로 북한과 미국이 직거래하는 상황을 경험했기 때문이다. 정부 관계자들은 “북-미 직접 협상을 방치하자는 주장은 안보 문제에서 완전히 손을 떼자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비판하고 있다.

이명건 기자 gun4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