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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김윤종]문화재 피해…또 소 잃고 외양간 고칠 건가

입력 | 2006-07-18 03:05:00


“그래요? 못 들었는데 확인해 보죠.”

17일 오전 10시. 계속된 폭우로 문화재 훼손이 우려됐다. 문화재청에 현황을 물었다. 한 관계자는 “서울 종로구 청운동 창의문 인근 서울성곽(사적 10호) 5∼10m가 유실됐으며 창덕궁 연경당 내 담장 붕괴와 일부 능(陵)에서 소나무가 넘어진 게 전부”라고 말했다.

오후 2시 반. 문화재청의 확인과 달리 강원 지역의 문화재 피해 소식이 이어졌다. 인제군 백련정사(전통사찰 25호) 요사채가 절반가량 파손됐고, 양양군 낙산사(강원도유형문화재 35호) 의상대∼홍련암 탐방로 주변의 경사면 일부와 영혈사(전통사찰 28호) 경내 축대와 경사면이 유실됐다.

문화재청에 다시 확인하자 그제야 직원은 “그런 일이 있었느냐. 알아보겠다”고 말했다. 이후 기자가 알려 준 피해 지역을 덧붙인 상황 보고서를 e메일로 보내왔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문화재는 현장 확인이 쉽지 않아 통보가 늦다”며 “국가 관리 지정 문화재는 문화재청이, 지방지정문화재는 지방자치단체에서 각각 관리하며 전통 사찰은 문화관광부 관리 아래 있다”고 말했다. 강원 지역 문화재는 대부분 지방 지정 문화재여서 피해 상황을 알기 어렵다는 것이다.

다행히도, 물난리에 비해 문화재 훼손은 심각하지 않았지만, 큰 피해가 우려되는 상황에서 나온 답변치고는 안이했다. 일주일 전에도 피해 사례가 발생했다. 10일 태풍 에위니아로 인한 산사태로 전남 곡성군 동악산 기슭에 있는 도림사의 대웅전 뒷벽이 부서졌고 보물 1341호인 괘불탱도 훼손됐다.

자연재해로 인해 되풀이되는 문화재 훼손에 대한 대책은 없는 것일까. 전호태(역사문화학) 울산대 교수는 “지자체와 문화재청이 유기적으로 결합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물론 문화재청은 재해 대응 매뉴얼을 갖고 있다. 그러나 황평우 문화연대 문화유산위원장은 “매뉴얼뿐 아니라 지자체와 소방방재청이 연계되는 위기 관리 시스템이 구축되어야 한다”며 “재해에 취약한 문화재 목록을 만들어 관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천재지변은 인간의 힘으로 막기 어렵지만 사전 대비를 철저히 하면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 언제까지 담당 소관을 미루며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 타령만 할 것인가?

김윤종 문화부 zoz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