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에서 엄청난 수해를 낸 이번 집중호우는 치수(治水)의 근본적인 문제점을 확인시켰다. “소양강댐과 충주댐이 없었더라면…”이라는 건설교통부 관계자의 말처럼 중부지방의 홍수 피해를 그나마 줄인 것은 이들 다목적댐이었다. 이처럼 홍수 피해를 막고, 물이 모자랄 때는 용수 확보와 수질관리를 위해 필요한 댐이 부족하다.
국내에서 저수용량 1억 t 이상의 댐 착공식이 있었던 것은 1996년 2월 전남 장흥군 일대에 들어선 장흥댐이 마지막이다. 이렇게 전국적으로 새로운 댐 건설이 중단된 것은 1998년 김대중 정부가 환경론자들의 주장을 받아들여 강원 영월군 동강댐의 건설을 백지화하면서부터다. 한국 환경운동의 ‘대승리’로 기록된 이 사건 이후 댐 건설은 사라졌다.
한탄강댐은 환경단체의 건설 반대로 7년째 표류하고 있다. 한탄강 일대에서는 1996년 이후 연례행사처럼 침수 피해가 발생했다. 정부는 그 원인으로 지목된 연천댐을 철거했지만 이를 대체할 한탄강댐은 언제 지어질지 기약이 없다. 환경단체와 일부 주민이 생태계 파괴 등을 내세워 댐 건설을 결사적으로 막고 있기 때문이다.
동강댐 백지화도 비싼 대가를 치르고 있다. 영월 주민들은 비가 조금만 많이 와도 강이 넘쳐 물난리를 겪는다. 해마다 반복되는 동강 범람에 주민들은 이력이 났다고 한다. 다목적댐이 여러 개인 북한강과는 달리 남한강 수역에는 홍수조절용 댐이 충주댐밖에 없어 집중호우에 더욱 취약하다. 충주댐은 이번에도 홍수가 날 수위를 겨우 90cm 남겨 놓고 물을 방류하는 아슬아슬한 상황을 연출했다. 사정이 이런데도 환경론자들은 댐 무용론만 되풀이할 것인가.
치수는 정부의 가장 기본적인 임무다. 농경시대는 아니지만 도시 개발과 인구 증가로 치수의 중요성이 더 커지고 있다. 환경론자들은 ‘댐 건설은 곧 환경 파괴’라는 잘못된 등식을 버려야 한다. 이런 검증되지 않은 주장에 휘둘려 절실한 국책사업이 중단된다면 그 책임은 환경 극단주의자들과 이들을 설득하지 못하고 갈등을 조정하지 못한 정부가 함께 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