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사설]“내가 교육부총리 적임자”라는 김병준 씨의 오만

입력 | 2006-07-18 03:05:00


김병준 교육부총리 내정자는 오늘 열리는 국회 인사청문회에 앞서 제출한 서면 답변서에서 “일부에서 저를 교육 문외한이라고 하는데 절대 그렇지 않다”며 “오히려 제가 교육부총리 적임자”라고 말했다.

그는 적임자라는 근거로 “20년간 교수로 재직하면서 교육에 관심을 가져 왔다. 인적(人的)자원 정책에 대해 대통령정책실장 때도 관심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 말은 거꾸로 전문성이 없음을 드러낸다. 그런 정도의 경험이 전문성이라면, 자식을 어렵사리 대학에 보낸 이 땅의 수많은 학부모가 김 씨보다 못할 것이 없다. 지난 3년여 동안 정부 고위직에 있었던 김 씨보다 공교육 붕괴를 직접 체험한 학부모들이 교육의 문제점을 훨씬 정확하게 알고 있을 가능성도 높다.

김 씨는 외국어고 정책에 대해서도 ‘비전문가’임을 고백하고 말았다. 그는 “외고에 입학한 학생이라면 다수가 어문계열로 진학하는 것이 자연스럽다”고 말했지만 오늘날 외국어 능력은 인재가 되기 위한 기초 소양이지,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는 것이 상식이다. 두 딸이 외고를 나왔고 그중 한 명이 비어문계열에 진학한 것에 대해서도 그는 “당시에는 제한이 없었다”고 동문서답식 변명을 했다. 지금도 형식상 제한은 없다.

김진표 교육부총리의 외고 정책이 비판받는 이유 중 하나도 자기 자식은 외고에서 경영학과로 보내고도 2008년 ‘내신 입시’를 강행해 다른 학부모에겐 그 길을 막아 버린 이중성 때문이다. 두 김 씨는 자신의 딸들이 지금 외고에 입학해야 될 상황이라면 외고 입학 지역제한 정책을 고집할까.

설혹 김 씨가 교육전문가라 하더라도 스스로 적임자라고 몇 번이나 자화자찬하는 태도는 오만하고 국민에게 무례하다. 배우는 학생들이 듣고 ‘무조건 큰소리치는’ 흉내를 낼 것만 같다.

그는 여당이 5·31지방선거에서 참패한 뒤에도 “우리가 가는 길이 옳다고 확신한다”며 기세등등했다. 이런 독선도 교육부총리로서의 자질을 의심하게 한다. 노무현 대통령은 어째서 인재를 널리 구하지 못하고, 김 씨처럼 세상이 아니라는 사람만 고르는지 알다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