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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싼 사립학교 보냈더니 성적은 공립교와 엇비슷”

입력 | 2006-07-18 03:05:00


‘미국의 사립학교는 등록금이 비싸지만, 우수한 교사를 채용하며 소수의 학생을 책임지고 가르친다. 그래서 학력이 공립학교보다 높다.’

미국 학부모 사이의 ‘당연한’ 통념이다. 이런 통념을 뒤엎는 정부 조사결과가 공개된다면 비싼 수업료를 내는 학부모의 심경이 어떨까. 미국의 사립초등학교의 연간 수업료는 대략 6000∼2만5000달러 선이며, 공립학교는 수업료가 없다.

미 교육부 산하 전국교육통계센터(NCES)는 전국의 4학년과 8학년(한국의 중학교 2학년) 학생 36만 명을 상대로 2003년 실시한 영어 수학 평가결과를 14일 공개했다. 왜 3년 후에야 조사결과가 공개됐는지 이유는 설명하지 않았다.

결과는 예상대로였다. ‘사립학교 학생이 공립학교 학생보다 다소 우수했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NCES는 공립학교에 부모의 학력과 소득수준이 상대적으로 낮은 흑인 히스패닉 등 소수인종 비율이 높은 점을 감안해 이를 보정한 조정치를 따로 뽑아 봤다. 사립학교에서 나온 데이터를 토대로 소수인종 비율이 공립학교와 같도록 조정하면 ‘비슷한 학생들을 가르쳤을 때의 학력차이’를 가늠해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를 통한 결과는 주목할 만했다. △4학년 영어와 8학년 수학은 공·사립학생 사이에 별 차이가 없었고 △8학년 영어는 사립학교 학생이 우수했지만 △4학년 수학은 공립학교 학생이 오히려 앞섰다(표 참조).

사립학교 연합회는 그 결과에 발끈했다. “사립학교 학생의 성적이 더 높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라며 “이런 식의 결과가 무슨 의미가 있느냐”고 반박했다.

뉴욕타임스는 15일 “교육부가 기자회견도 없이 자료만 덜렁 공개했다”고 지적했다. 교사노조에 소속된 한 교사가 “사립학교 학생의 성적이 더 좋았다면 대대적인 홍보를 했을 사안”이라고 꼬집은 말도 신문은 전했다.

조지 W 부시 행정부는 그동안 학부모의 학교 선택권, 특히 공식적으로 학교 내 기도가 금지된 공립학교를 떠나 기독교계 사립학교로 전학시키려는 부모의 권리를 유독 강조해 왔다. 따라서 이 같은 조사 결과는 계속 논란의 소지를 남길 것으로 보인다.

미국 초중학생 평가결과 자료: 미국 교육부 산하 전국교육통계센터(NCES)-영어(절대치)공립 : 사립영어(조정 후)점수차수학(절대치)공립 : 사립수학(조정 후)점수차4학년216 : 2350234 : 2444.5(공립 우위)8학년261 : 2827.3(사립 우위)276 : 2920조정 후 점수차는 공립 및 사립학교의 점수차(절대치)와는 다른 수치임.

워싱턴=김승련 특파원 sr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