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제재 결의안 채택 이후 미국과 일본을 중심으로 북한에 대한 국제사회의 압박 수위가 높아가고 있다.
미국은 기존 금융제재와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을 강화하면서 북한의 6자회담 복귀를 종용한다는 방침이고, 일본은 구체적인 제재 조치 검토에 들어가는 등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은 17일(한국 시간) G8(선진 7개국+러시아) 정상회의가 열리고 있는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북한이 6자회담에 복귀하지 않으면 ‘추가 압력’에 직면할 것이라고 강하게 경고했다.
라이스 장관은 또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대북 금융제재와 PSI 활동도 계속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그는 “북한이 6자회담에 돌아오면 대화에 끌어들일(engage) 것”이라고 말해 6자회담 틀 속에서 북-미 간 직접 대화도 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워싱턴포스트 등 외신들은 안보리 결의안 통과로 미국 주도의 PSI 활동이 국제법적 근거를 갖게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북한의 미사일과 대량살상무기(WMD)를 실은 선박에 대한 정선 나포 압류 등 대북 포위망이 한층 좁혀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일본 정부는 이날 외무성과 금융청 등 관계기관 과장급 협의를 열어 구체적인 제재 조치 검토에 들어갔다. 첫 번째 조치로 일본은 북한에 대한 송금을 규제하기로 했다고 아사히신문이 17일 보도했다.
일본은 금융제재를 위해 정부가 독자 판단으로 대북 송금이나 특정 품목의 수출입을 정지시킬 수 있도록 규정한 개정 외환법(2004년 2월)을 활용할 예정이며, 제재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다른 나라에도 협조를 요청할 방침이다.
일부 북한 전문가는 “2005년 기준으로 214억 엔 규모인 북한과 일본의 수출입을 전면 금지하면 북한 국내총생산(GDP)이 7% 줄어들고 20만 명이 일자리를 잃을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G8 정상들은 이틀째 회담에서 ‘비확산’에 관한 별도의 성명을 내고 “북한의 미사일 발사는 지역과 세계의 평화, 안정, 안보를 위험에 빠뜨리는 것”이라고 규탄했다.
정상들은 특히 북한이 ‘추가 발사가 가능하다’고 시사한 데 대해 “심각하게 우려한다”고 덧붙이고 6자회담 조기 복귀 필요성에 합의했다.
▼정부 “PSI 정식참여 안할것”▼
한편 한국 정부는 미국이 안보리 결의안 채택을 계기로 한국의 PSI 적극 참여를 요청해올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이에 대해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관계자는 “미국은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하기 전부터 한국 정부에 PSI 적극 참여를 요청해 왔다”며 “그러나 현재로선 북한과의 관계를 고려해 PSI 정식 참여와 역내외 훈련에 대한 물적 지원은 하지 않는다는 기존 방침에 변화가 없다”고 말했다.
이철희 기자 klimt@donga.com
이명건 기자 gun43@donga.com
도쿄=천광암 특파원 iam@donga.com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
테러와의 전쟁을 위해 불법 무기나 미사일 기술을 실은 것으로 의심되는 항공기나 선박을 압수 수색하는 것을 허용하는 내용. 2003년 5월 당시 폴란드를 방문 중이던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공식 발표했다. 발족 당시엔 미국, 영국, 호주,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일본, 네덜란드, 폴란드, 포르투갈, 스페인 등 11개국이 참가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PSI가 국제법상의 ‘공해 통항의 자유’를 위협하는 초법적 구상이라는 비판도 제기해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