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울주군이 충분한 예고 없이 소나무 재선충 항공방재를 하는 바람에 밭일을 하던 농민들이 농약을 뒤집어쓰고 병원으로 긴급 후송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17일 울산시에 따르면 울주군은 오전 5시 반부터 8시 반까지 3시간 동안 울주군 온산읍 일대 임야 310ha에 대해 산림청 소속 헬기를 동원해 항공방재를 벌였다.
울주군은 농약을 헬기로 살포할 때는 가축방목과 급수를 중단하도록 방재구역과 방재날짜, 방재시간을 주민들에게 사전 통보해야 하는데도 이를 제대로 지키지 않았다.
이 때문에 온산읍 일대 주민 수십 명은 예고 없이 하늘에서 쏟아지는 희뿌연 농약에 놀라 급히 대피했으며 일부 주민은 농약에 고스란히 노출됐다. 이 가운데 밭일을 하던 안모(64·여) 씨 등 할머니 2명은 구토와 호흡곤란 증세를 보이며 인근 병원에서 응급치료를 받은 뒤 4시간여 만에 퇴원했다.
이날 항공방재에 사용된 소나무 재선충 농약은 ‘치아클로프리드’로 오랫동안 마시게 될 경우 발암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학계에 보고돼 있다.
주민 이모(47) 씨는 울주군 홈페이지에 “농번기를 맞아 논밭에서 일하는 농민들이 많은데도 불구하고 울주군이 충분한 예고 없이 항공방재를 한 것은 농민들의 건강은 아랑곳하지 않는 무책임한 행정”이라며 “책임자를 처벌하라”고 요구했다.
울주군은 이에 대해 “이번 항공방재에 사용된 농약은 인체와 가축에 피해가 경미한 저농도 농약”이라며 “항공방재 일주일 전부터 마을 주변에 안내문을 부착하고 알렸지만 제대로 전달되지 않은 데 대해 주민들에게 깊이 사과한다”고 밝혔다.
정재락 기자 rak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