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당(唐)나라 때의 법원주림(法苑珠林)이라는 책에 다음과 같은 이야기가 있다.
왕이 기르던 낙타가 죽었다. 왕은 낙타의 모습을 오래도록 보고 싶은 나머지 한 사나이에게 낙타의 가죽을 잘 벗겨 오라고 명령을 내렸다. 사나이는 정성껏 낙타의 가죽을 벗기기 시작하였다. 그러다가 칼이 무디어지면 칼을 날카롭게 갈아서 다시 가죽을 벗겨갔다. 칼을 가는 숫돌은 다락방에 있었으므로 그는 칼이 무디어질 때마다 다락방으로 올라가서 칼을 갈아 오곤 했다.
그는 다락방을 오르내리는 것이 참으로 번거롭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죽은 낙타를 다락방으로 가져가 가죽을 벗기려 하였다. 그렇게 하면 바로 옆에서 칼을 갈아 곧바로 가죽을 벗겨낼 수 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낙타는 크고 다락방은 작아서 옮길 수가 없었다. 그는 마침내 낙타를 다락방의 창밖에 걸어놓고 다시 가죽을 벗겨갔다. 그는 끝까지 숫돌을 밖으로 가져올 생각을 하지 못한 것이다. 이 이야기에서 나온 말이 ‘懸駝就石(현타취석)’이다.
‘懸’은 ‘매달다, 걸다’라는 뜻이다. 그러므로 ‘懸賞金(현상금)’은 ‘범인을 잡으면 누구나 가져갈 수 있도록 높이 매달아 놓은 돈’이라는 뜻이다. ‘駝’는 ‘낙타’라는 뜻이다. 요즈음은 ‘타조’라는 뜻으로 쓰이기도 한다. ‘就’는 ‘이루다, 나아가다’라는 뜻이다. ‘成就(성취)’는 ‘이루고 이루다’라는 말이고, ‘就業(취업)’은 ‘직업에 나아가다’라는 말이 된다. ‘石’은 ‘돌’이라는 뜻인데, 이 이야기에서는 ‘숫돌’을 가리킨다. 이상의 풀이를 합치면 ‘懸駝就石’은 ‘낙타를 매달아 놓고, 숫돌이 있는 곳으로 나아가다’라는 말이 된다.
우리에게는 이와 같은 일이 없는가? 잠깐만 생각을 달리하면 손쉬운 방법이 나오는데, 그리하지 못하는 일이 적지 않을 것이다. 사랑으로 해결할 일을 돈으로 해결하려 하고, 믿음을 주면 해결될 일에 억지를 부리는 것이 바로 ‘懸駝就石’ 아니던가?
허성도 서울대 교수·중문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