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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카페]보은정보고의 CEO 학생들

입력 | 2006-07-19 03:04:00


“선생님이 한번 해보랬어요.”

“하다 보니까 재미있어요.”

학생들에게 창업동아리에서 활동하는 소감을 물었을 때 대답은 다소 실망스러웠습니다.

이 아이들은 충북 보은군의 보은정보고 학생들입니다. 인문계 고교 진학도 어려울 정도로 성적이 부진한 학생이 대부분이죠.

이 학교는 특산물을 지역 주민에게 판매하는 ‘풀내음’ 등 4개의 학생 기업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견문이 부족한 아이들에게 체험학습 기회를 주기 위해서죠.

▶본보 18일자 A12면 참조

이런 학생들에 대한 기대가 처음부터 과했나 봅니다. 적어도 “교실에서 배워 보지 못한 것을 직접 해 보니 살아 있는 경제를 몸소 체험하는 것 같습니다”와 같은 또렷한 답변을 바랐어요. 그런데 그저 ‘선생님이 권유해서 했다’니…. 말문이 막혔습니다.

하지만 이 같은 실망감은 이내 사라졌습니다.

동아리 활동시간이 되자 이들의 눈망울은 그 어느 때보다 또렷이 빛나고 있었죠. 수업시간에 졸기만 하던 모습이 아니었던 것입니다. 학생들은 소감을 말보다는 행동으로 보여 준 셈이었죠.

자신들의 힘으로 아이디어를 내 뭔가를 만들고 다른 사람들에게 팔아 수익을 내는, 그런 과정 하나하나가 이들에겐 신기할 따름입니다.

또 그 수익을 장학금에 쓴다고 하니, 자신의 노력으로 어려운 동료 학생을 돕는다는 것에서 오는 뿌듯함은 얼마나 크겠어요?

물론 어려움도 많았습니다.

제품을 만드는 데 필요한 기계를 구하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기도 했고 생각했던 것만큼 음식의 맛이 나지 않아 고생한 적도 있었죠.

하지만 그런 시행착오를 반복하고 이를 동료들과 똘똘 뭉쳐 극복하는 과정에서 학생들은 자기도 모르게 성장해 가고 있었습니다.

이 학교의 가장 중요한 성과는 비록 학교 공부를 못하는 학생들도 나름대로 자기가 잘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를 하나 둘씩 발견하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한 지도교사는 “나가서 뭘 할 수 있을지 걱정됐던 아이들이 동아리 활동을 바탕으로 취직이 됐다며 인사하러 올 때 가장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습니다.

이들은 서울 강남의 어떤 입시학원보다도 값진 수업을 하고 있었습니다.

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