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프로농구 국민은행 최병식(40) 감독은 이색 경력의 소유자.
1996년 실업팀 현대에서 은퇴한 후 서울 강서구에서 3년 가까이 고깃집 사장으로 일했다. 당시 식당에서 만났던 최 감독이 야인 생활을 하다 보니 농구에 대한 미련이 크다며 연방 소주잔을 들이켜던 기억이 생생하다. 음식점 이름도 ‘농구인의 집’이라고 지었다. 그 후 고교 코치로 코트에 돌아온 그는 이번 여름리그에서 국민은행 사령탑을 처음 맡아 챔피언결정전까지 올랐다.
최 감독과 20일부터 이번 시즌 우승을 다투게 된 삼성생명 정덕화(43) 감독은 송도고-연세대-기아를 거치며 줄곧 엘리트 코스를 밟아 왔다.
하지만 지도자로 변신한 뒤에는 굴곡이 심했다. 1990년대 초반 아무 연고도 없는 대전고 코치를 시작으로 여자 실업팀 국민은행, 성균관대, 여자프로팀 현대, 남자프로팀 SBS(현 KT&G)에서 벤치를 지켰다. 그리 길지 않은 기간에 아마추어와 남녀 성인무대를 넘나들었다. 그러면서도 감독으로는 단 한 차례도 정상에 오른 적이 없다.
이런 사연으로 연세대 3년 선후배인 최 감독과 정 감독 모두 하나뿐인 우승컵에 대한 갈증이 크기만 하다.
우승에 굶주려 있기는 국민은행과 삼성생명 선수들도 마찬가지다.
국민은행 간판 센터 정선민(32)은 신세계 시절 4차례 정상에 올랐으나 2003년 10월 국민은행으로 이적한 후에는 우승은커녕 챔피언결정전 진출도 이번이 처음이다. 승리에 대한 집착이 대단하다 보니 신한은행과의 4강 플레이오프 3차전에서 이긴 뒤에는 탈진해 병원 응급실에 실려 가기도 했다.
삼성생명 주전으로 동주여상 선후배인 박정은(29)과 변연하(26)도 우승에 대한 열망이 뜨겁기만 하다. 전통의 농구명가 삼성생명은 2001년 겨울리그에서 통산 4번째 패권을 차지한 것을 마지막으로 5시즌 연속 준우승에 그치며 우승과 인연을 맺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번만큼은 최고 스타의 자존심을 지키겠다는 각오다.
마지막 승부를 앞둔 양쪽 벤치는 벌써부터 후끈 달아오르는 듯하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